“정부 준비 부족에 지역 주민만 희생”
수도권매립장(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2022.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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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수도권 생활쓰레기를 별도 처리 없이 땅에 묻는 ‘직매립’이 금지됐지만 시행 3개월 만에 공공 소각장 정비를 조건으로 직매립을 다시 허용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공공 소각장 정비에 따라 직매립한 생활쓰레기는 전체 직매립량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벌써부터 수도권매립지에는 생활폐기물이 밀려들고 있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공공 소각장 정비에 따라 추가 발생한 생활폐기물 직매립량은 2023년 18만4179t, 2024년 18만3530t, 지난해 17만6677t으로 매년 18만 t 안팎에 이른다. 이 기간 수도권 전체 생활폐기물 직매립량이 연평균 52만4000t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공공 소각장은 연평균 약 50일간 시설 정비 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다른 소각장에서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남은 물량은 직매립하게 된다.
기후부는 지난해 12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안정적인 처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재난 발생,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 중지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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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도권매립지에는 생활폐기물이 밀려들고 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최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외적 직매립이 허용된 뒤 2주 동안 공사에 신청된 직매립 물량은 총 2만7180t으로 집계됐다. 연간 허용량의 16.7%에 이른다.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는 “공공 소각장 정비는 돌발 재난이 아니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할 행정 영역”이라며 “정부의 준비 부족 책임을 수도권매립지와 지역 주민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수도권매립지 문제해결 범시민운동본부도 “직매립 금지 제도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의 준비 부족을 또다시 (인천) 검단 주민의 희생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예외 규정이 사실상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예외적 매립을 허용하면 수도권 내 공공 소각장 확충 속도를 늦추는 등 당초 직매립을 금지한 제도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지방의 민간 소각장으로 폐기물을 보내는 것보다는 갈등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고 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