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판정에 항의 중인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인터뷰실에 들어서자 책상부터 내리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을 치러 2-3(23-25, 18-25, 26-24, 25-18, 16-18)으로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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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레오 서브 장면. KBSN 중계화면 캡처
최초 판정은 아웃.
레오는 두 팔을 벌린 채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비디오 판독 이후에도 판정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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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서브 비디오 판독 화면. KBSN 중계화면 캡처
레오의 퀵오픈 시도가 상대 블로커 마쏘(29)에게 걸린 뒤 4번 자리 사인드라인 근처로 날아왔습니다.
현대캐피탈 장아성(24)은 이 공을 커버하려다 아웃이라고 판단해 그대로 코트에 떨어뜨렸습니다.
첫 번째 판정 역시 아웃이었지만 김경훈 경기감독관(63)은 인이라고 봤습니다.
마쏘 블로킹 비디오 판독 화면. KBSN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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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화면 위쪽으로 갈수록 선 위치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국제배구연맹(FIVB)이 비디오 판독에 쓰는 ‘호크 아이’ 같은 시스템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데이터를 종합해 3차원(3D) 좌표를 계산합니다.
경기감독관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든 레오. KBSN 중계화면 캡처
그래서 카메라를 최소 6대 이상 활용하는 인공지능(AI) 비디오 판독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한 종류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이 두 장면을 어떻게 판정했을까요?
‘접지면 기준, 공이 최대로 눌린 상황에서 라인 안쪽 선이 보이지 않으면 인, 보이면 아웃’이라는 KOVO 로컬룰을 학습시킨 비디오 판독 화면을 주고 판정해 보라고 했습니다.
현재 규정 문제점을 지적하며 판정을 예측하는 제미나이
그러니까 레오의 퀵오픈은 아웃, 서브는 인으로 판정해야 했다고 본 겁니다.
클로드는 실제 판정 결과를 알려주자 ‘규칙을 반대로 입력한 것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LLM도 전지전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 판단을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비디오 판독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례를 통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