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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비웃는 ‘하늘의 암살자’… 스텔스기가 바꾼 현대戰 양상[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6-04-04 01:40:00

미국-이란 전쟁으로 본 스텔스기 개발史
레이더서 안 보이는 ‘유령 비행기’… 현대전 판도 바꾸는 게임 체인저
美, 1970년대부터 스텔스기 개발… 높은 스텔스 기술로 제공권 장악
운용비 비싸고 유지하기 까다로워… 최근 ‘스텔스기 무용론’ 목소리도




한 달 넘게 전 세계를 ‘마비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2월 28일 발동된 ‘에픽 퓨리’(Epic Fury·압도적 분노) 작전으로 시작됐다. 작전이 개시되자 가장 먼저 이란 상공에 날아든 비행기는 F-22, F-35 등 전투기와 B-2, B-21 폭격기였다. F-22가 제공권을 장악하는 동안 F-35는 지상의 지대공 미사일(지상에서 공중의 비행체를 목표로 발사되는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고, B-2와 B-21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란혁명수비대 지휘부와 지하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등 폭탄을 쏟아부었다. 작전 개시 2시간 만에 이란의 방공망 80%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들 비행기는 모두 ‘스텔스기’(적의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도록 설계된 항공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격추할 수 없을 만큼 높이 난다”

‘스텔스기’ 하면 첨단 기술의 집약체가 떠오른다. 하지만 사실 스텔스기의 목표는 단순하다. 적이 아군기를 격추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필요한 임무를 완수한 뒤 멀쩡히 생존해 돌아오는 것.

이런 목표하에 미국의 항공·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이 처음 구상한 비행기는 ‘다른 전투기가 격추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나는 비행기’였다. 그렇게 개발된 비행기가 정찰기인 U-2. 동체 길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긴 날개가 달렸다. 날개가 너무 길다 보니 이륙할 때 날개 양쪽에 네발자전거 같은 ‘보조바퀴’를 달고 이륙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 공중에 뜨고 나면 최고 8만 피트(약 24.4km) 통상 7만 피트(약 21.3km)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U-2는 적진인 소련의 군사시설 사진을 찍는 정찰기로, 작은 기관총조차 없는 비무장 항공기였지만 소련은 U-2의 운용 초기인 1950년대 중후반까지 ‘너무 높이 나는’ 이 비행기를 요격할 수 없었다. 소련 전투기가 있는 힘껏 상승해 봤자 4만 피트(약 12.2km)도 채 못 올라간 채 엔진이 꺼지며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1960년이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소련은 새로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을 동시에 14발 발사해 U-2를 격추하는 데 성공한다. 미국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떠올린 방법이 이렇다. “더 높이, 더 빨리.”

‘총알보다 빠른 정찰기’ SR-71은 이렇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총알의 속도는 음속의 약 2.7배. SR-71은 엔진 출력을 최고로 올리면 음속의 3.3배까지 빨라진다. 순항 고도는 8만 피트, 최고 9만 피트(27.4km)까지 상승했다는 기록이 있다.

● 레이더에는 안 잡히는 “빌어먹을 쇳덩어리”

하지만 SR-71의 시대도 1960년대 막을 내리게 된다. 소련이 미국에 앞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며 시작된 우주 개발 경쟁이 정찰위성 수준을 끌어올린 탓이다. 이제부터 필요한 건 정찰기가 아니라 적진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폭격기였다.

당시 기술로는 폭격기는 무게와 크기 때문에 높이 날리기도, 빨리 날리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적의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진짜’ 스텔스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원에 해당하는 미국 고등연구계획국은 1970년대 중반 방산기업 몇 군데에 스텔스기 제작 경쟁을 붙인다.

F-117

가시적 성과가 먼저 나온 곳이 록히드마틴이다. 1975년 7월 데니스 오버홀저라는 록히드마틴의 36세 젊은 연구원은 러시아의 논문 이론을 적용해 스텔스 성능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진짜’ 스텔스기가 바로 F-117이다.

성능은 확실했다. F-117의 시제기 모형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실시한 레이더 반사 실험에서 레이더 화면에는 받침대만 표시됐다. 실제 비행 시험에서도 바로 옆에 붙어 날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레이더에 아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전 위력이 확인된 것은 1990년 시작된 걸프전 때였다. 미국은 1991년 1월 이라크를 기습 공격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에 이 비행기를 투입했다. 그리고 F-117은 사막의 폭풍 작전에 총 42대가 동원돼 목표한 시설의 40%를 파괴했고, 폭격 명중률은 75%였다. 이라크 방공망에 피격된 F-117은 단 한 대도 없었다.

● 유려한 곡선으로 전파 흘려보내는 현역 B-2

B-2

F-117은 평면 삼각형을 이리저리 복잡하게 덧댄, 비행기로서는 파격적인 모양으로 설계됐다. 통상 항공기는 공기 저항은 줄이고 양력은 최대로 얻기 위해 매끈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F-117은 울퉁불퉁하고 각진 ‘다리미’같이 생겼다. 이 항공기 설계도를 본 공기역학 책임자 딕 켄트렐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빌어먹을 쇳덩어리가 어떻게든 날 수 있도록은 해 주겠다.”

스텔스성(레이더 회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엔진의 공기흡입구를 철망으로 막고, 배기구도 길고 납작하게 디자인했다. 조종석 덮개(캐노피) 가장자리도 자글자글한 톱니 모양이다. 모두 레이더 전파를 사방팔방으로 흩어놓기 위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F-117은 한계가 있었다. 각진 모양과 스텔스성 때문에 공기 저항이 커서 속도를 포기해야 했다. 열감지 방공망에 최대한 걸리지 않기 위해 초음속을 낼 때 쓰는 ‘애프터 버너’(엔진 부가장치)도 달지 못했다.

반면 F-117보다 불과 4년 늦은 1979년 개발이 시작된 B-2는 달랐다. 이사이에 ‘슈퍼컴퓨터’가 등장한 것. 곡면 스텔스 성능을 계산할 수 있게 된 노스럽그루먼의 연구자들은 록히드마틴처럼 레이더 전파를 엉뚱한 방향으로 튕기는 대신 전파가 곡면을 따라 뒤로 흘러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 타이틀은 F-117에 빼앗겼지만 B-2엔 많은 장점이 있었다. 수직안정판(꼬리날개)이 없는 ‘가오리’ 형태의 비행기를 제작해 스텔스성을 더 높일 수 있었고, 곡면 디자인으로 인해 항공기 효율이 좋아져 비행기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었다. 폭장량도 늘었다. F-117의 폭장량은 2.3t 수준이었지만 B-2는 초기 모델도 15.3t을 싣고 날 수 있었다.

가장 큰 미덕은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F-117은 2008년 공식 퇴역했다. 하지만 B-2는 현재까지 현역이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한밤의 망치’ 작전 때도, 올해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시작한 ‘압도적 분노’ 작전 때도 모두 B-2가 앞장서 목표를 타격했다. 미국은 B-2를 최장 2040년까지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B-2를 만든 노스럽그루먼은 현재 그 ‘아들뻘 기종’인 B-21을 만들고 있다.

● 현재의 스텔스기

F-22

스텔스 기술은 급격히 발전했다. 현재 ‘최신 전투기’로 분류되는 F-22, F-35 등 5세대 전투기는 당연히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텔스성도 예전보다 크게 향상됐다. 현존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는 레이더상에 ‘유리구슬’ 수준으로, 거의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F-35

기술이 발전했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개발비나 유지비 모두 예나 지금이나 일반 비행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초 132대 생산을 목표로 했던 B-2는 너무 비싼 제작비 등을 이유로 21대밖에 생산되지 못했다. 마지막 기체가 미 공군에 인도된 1997년 당시 기준으로 한 대당 약 21억3000만 달러(약 3조2400억 원)의 개발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금 1kg의 평균 시세는 약 330달러로, 이를 B-2 항공기의 무게인 72t으로 환산하면 약 7억6600만 달러다. B-2는 금보다 3배 가까이 비싼 비행기였던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스텔스성이 월등히 높은 F-22의 대당 비용은 3억5000만 달러(약 5334억 원)로 F-35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지보수도 쉽지 않다. 비행기 표면이 설계도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무결하게 유지돼야 한다. F-117 개발 당시 나사못 세 개가 덜 조여져 3mm가량 튀어나오는 바람에 80km 떨어진 레이더에서 이 비행기가 감지됐다는 일화가 있다. 스텔스 도료도 조금의 굴곡이나 붓 자국 없이 매끈하게 발려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비싼 운용 비용과 까다로운 유지 조건 때문에 최근에는 스텔스기 무용론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고주파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기에 저주파 레이더를 쏴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찰위성의 성능이 극강으로 발달하면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우주에서 고화질 화상으로 전 세계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도 불붙은 스텔스기 무용론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적외선 위성 1기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를 우주에 띄우는 ‘4·25 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초저궤도 관측위성 64기를 띄워 전 지구를 감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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