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장강명 지음/368쪽·2만 원·동아시아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첫 번째 바둑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갑자기 두 번째 경기부터 바둑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치솟았고, 평생 바둑을 한 번도 생중계로 본 적이 없던 사람들조차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내리 세 판을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승패는 단숨에 확정됐다.
경기 전 낙관과는 정반대로 전체 다섯 판 중에서 오직 네 번째 판, 단 한 판을 이세돌이 이겼다는 점이 오히려 감동적인 인간 승리로 보도됐다. 세 판을 내리 지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 9단이 네 번째 판을 두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어린 딸이 “아빠 가지 마”라고 했다는 후일담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뭉클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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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때에도 바둑 최강국인 한국 대표가 외국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패배했다는 데 대해 그 사실을 나라 전체의 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니 알파고 쇼크가 스푸트니크 쇼크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후 알파고는 한동안 AI의 상징처럼 거론됐고 “4차 산업혁명” 같은 말이 유행하면서 선거철에도 회자될 정도였다.
그런데 과연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극복했던 것처럼, AI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데 성공했을까? 적어도 기술 개발을 더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를 바꿔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도약을 이뤘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벌써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으로 꼽고 있는 책 ‘먼저 온 미래’는 알파고 경기의 전후를 세밀히 살폈다. 그에 대해 많은 바둑계 사람들이 느끼고 경험한 변화에 대해 조사해 둔 내용을 담았다. 워낙 소설도 잘 쓰는 작가인지라 방대한 사실과 생생한 인터뷰를 풀어 놓으면서도 그런 사연들이 극적으로 감성에 닿도록 연결해 놓은 게 큰 장점이다. 게다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바둑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근거로 바둑 외의 분야에서 AI가 바꿔 나갈 사회와 산업에 대한 전망과 우려 또한 깊고도 넓게 다루고 있다.
AI에 대한 미래 전망은 워낙 자주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너무 딱딱하게 들리거나 막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바둑인들의 절절한 삶에 대한 이야기와 앞뒤로 함께 엮여 더 묵직하고 가까워진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을 돌아보면서 과거와 미래 사이를 생각하면서 읽기에는 최고의 책이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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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