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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28회 언급한 李 “소나기 아닌 폭풍우, 추경이 방파제”

입력 | 2026-04-03 04:30:00

국회 시정연설서 초당적 협력 요청
“전쟁 내일 끝나도 상당기간 타격”… 복합위기 대응할 골든타임 강조
野 의원석 찾아가 “심사 잘해달라”… 與, 10일까지 추경안 처리 방침



野 의원들과 악수하며 화기애애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이헌승 의원. 둘째 줄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이 대통령,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국회에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내일 중동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추경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부탁했다.

● ‘위기’ 28번 언급

이 대통령은 이날 15분간의 시정연설에서 ‘위기’를 28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연설도 “중차대한 위기”로 시작해 “국가적 위기”로 마무리했다. 중동 전쟁 장기전 여파로 인한 에너지 수급 등 ‘위기의 장기화’ 우려를 시정연설에 담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스피 5,000 돌파 등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가 다시금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처했다”며 ‘추경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며 ‘고유가 피해지원금’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 확대’ 등 추경안 세부 내용도 소개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위기 앞에 결단으로 응답했다. ‘빚 없는 추경’으로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길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방선거 후 세금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7, 8일 추경 논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와 부별 심사를 실시하고 10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선거용 현금 살포”라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20개 사업의 삭감 추진을 예고해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지난해 ‘보이콧’했던 국민의힘, 끝까지 자리 지켜

이 대통령이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줄지어 서서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으며 환영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9번 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은 연설 후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이동해 송언석 원내대표 등 20여 명과 인사를 나눴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사업만 추경에 포함하자”고 했고, 이 대통령은 “심사 잘 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 관련 법안 처리 협조를 이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 등과 사전 환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보랏빛 넥타이를 한 장 대표에게 “왜 빨간 것 안 맸느냐”고 했다. 장 대표가 “이런 거(환담) 있는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패션에 멋 부리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까 색깔을 고려 못 했다”고 답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통령은 우 의장이 3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을 밝히자 “우리 헌법은 너무 오래됐다. 부분적으로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겠다”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나 계엄 요건 엄격화 등은 이론이 없을 만한 부분이라 충분히 합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에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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