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항로도 봉쇄 위기] 후티, K배터리-車 등 최적 경로 위협 阿 희망봉 돌아가면 물류비 눈덩이… 선박보험료는 최대 10배 이상 뛰어 홍해, 호르무즈 대체 원유길 되기도… 韓 에너지 수급난-물류위기 겹악재
“설상가상이네요. 만약 홍해까지 봉쇄되면 진짜 비상이죠.”
28일(현지 시간) 친(親)이란계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 꺼낸 우려의 발언이다. 그동안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에 더해 또 다른 물류 ‘숨통’인 홍해까지 차단될 경우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급 차질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을 통해 유럽을 오가는 한국의 수출입 물량이 적지 않아 이미 2024년에도 홍해발 ‘물류비 급증’ 타격의 직격탄을 받은 바 있다. 홍해 봉쇄 위기에 산업계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후티 반군, 과거에도 홍해서 상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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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고 나서면 에너지 공급망이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10%가 이곳을 거쳐 공급되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원유 수출의 주요 대체 경로로 삼아 왔다. 동쪽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동서를 가로지르는 1200km 길이의 송유관을 통해 서쪽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해 온 것.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해안의 얀부 항구에서 내보내는 원유량은 전쟁 전 수출량의 약 60% 수준이지만, 석유 시장에 단비 같은 ‘생명줄’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우회 수출마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에너지 수급난에 유럽 교역까지 ‘겹악재’
홍해가 막히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는데, 이 경우 아시아에서 유럽(부산항∼네덜란드 로테르담항 기준)까지 운송 기간이 10∼15일가량 더 늘어난다. 국내 기업들은 2024년에도 홍해 봉쇄로 고역을 치른 바 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거치며 물류비와 운송 기간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당시 최소 20% 이상의 추가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2024년 물류비는 2조9602억 원으로 전년인 2023년 대비 72% 뛰었다. 해운사인 HMM의 경우 연료비로만 연간 870억 원가량을 더 쓴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로가 길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물류 공급 부족과 전쟁으로 인한 보험비 상승, 유가 부담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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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피해가 2024년만큼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해상물류는 통상 6∼12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이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대란 이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한국 수출선 비중도 이전보다는 줄어든 상태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