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착취 감추는 도구로 활용 이해관계 기반 제도 설계 필요 ◇다정함의 배신/조너선 R. 굿먼 지음·박지혜 옮김/308쪽·2만 원·다산초당
현대 사회는 ‘협력’과 ‘연대’를 공동체의 핵심 가치로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책임 전가’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할까. 집단 행동 등을 연구해온 사회과학자인 저자는 “모든 사람이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순진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오늘날의 다정함은 기만과 착취를 감추는 도구가 되고, 연대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다정함이란 생존을 위해 진화한 인류의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심리 실험과 학문 사례를 소개한다. 일례로 수렵 채집 사회의 여러 부족을 관찰한 결과 ‘나눔’은 도덕적 문화가 아니라 필수적인 시스템이었다. 사냥 성공률이 낮은 환경에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최적의 합리적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나눔조차 완전히 평등하지는 않았다. 상대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자원의 배분량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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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제 위에서 저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착취 행위를 고발하고 타인을 착취할 경우 실질적인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다정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기반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이런 주장이 일견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만큼 가짜 다정함이 만연한 세상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