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 커리어에 대한 불안 등 우울감 느껴 아이와 엄마도 ‘적당한 거리’ 필요… 좋은 엄마보다 자신의 가치 찾아야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다카하시 아이, 요다 마유미 지음·박소영 옮김/284쪽·1만9800원·후마니타스
엄마가 되는 일에 어떻게 ‘보람’만 따를 수 있을까. 신간에서 엄마들은 ‘독박 육아’에 대한 분노, 자기답게 살지 못한 슬픔,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억울함,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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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다섯 살 무렵, 몇 시간씩 울음을 그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행동이 석 달 동안 계속됐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떼를 쓸 때는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혼자서 감당하는 시간은 길었다.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도 찾아왔다.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혼자’라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필요했던 그녀는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마음건강 상담창구에 전화를 걸었다. “혼자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서요. 통화 연결 상태로 둬도 되나요?”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상담사들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줬다. 고독을 견디기 위해 찾아낸 최소한의 방법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최악의 시기를 가까스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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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말한다. 후회한다고 하면 금기를 깨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후회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고. 마음껏 후회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데서 출발해 이후를 고민하자고 한다. 엄마가 되는 일에 어떻게 ‘보람’만 따를 수 있을까. 이들은 과도한 책임에 대한 분노, 자기답게 살지 못한 슬픔,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억울함,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책이 절망만을 담은 건 아니다. 엄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출구를 찾는다.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건 아이와의 ‘거리’.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던 미호 씨는 아이와 함께 죽음을 떠올리기까지 했지만, “엄마가 죽어도 나는 살겠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 무라타 씨 역시 후회를 인정한 뒤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자신이 육아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다른 일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 대신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묻기 시작했다.
저출산 시대에 이런 책은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의도는 출산을 말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엄마됨은 숭고하다’는 단일한 서사에 균열을 내는 데 있다. 힘들어도 보람을 말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는 현실의 문제를 드러낼 언어가 사라진다. 후회한다는 말은 그 금기를 깨는 첫 문장이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 그리고 다른 가능성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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