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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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국회 본회의에는 ‘연금 세트’ 법안이 올라왔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개정안과 국민연금이 충분치 않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법이었다. 그런데 핵심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부결되고 보완 입법이던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입에 쓴 보약(국민연금 개혁)은 엎고 사탕(기초노령연금)만 삼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렇게 출발한 기초노령연금은 7년 뒤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법에는 ‘소득 하위 70%’에게 무조건 지급한다는 대못을 박았다. 월 10만 원 정도로 시작했던 연금 지급액도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 원씩 뛰었다. 현재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월 최대 34만9700원을 준다. 그동안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소득 수준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70%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도의 한계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050년이면 국민 셋 중 1명이 연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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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요즘 별다른 재산이 없는 홀몸노인이라면 한 달에 460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소득 없이 공시가격 13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노부부도 기초연금 대상이다. 소득과 재산을 환산하고 각종 비용을 공제한 금액이 70% 이내에만 들면 되는 탓이다.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웬만한 중산층까지 다 주다 보니 매년 수십조 원을 퍼붓고도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뼈아픈 현실은 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가 올 들어 기초연금 개편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향후 증액분에 대해 ‘하후상박’식으로 차등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던 것을 뺏기는 어려우니 기존 지급액은 유지하면서 소득이 낮은 노인들의 증액분을 더 키우자는 것이다. 당 대표 시절 “월 40만 원으로 올려 모든 노인에게 주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차등 지급을 제안하며 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다.
‘소득 하위 70%’ 지급 구조 손봐야
그동안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도 하후상박 모델을 제안했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누기보다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저소득층의 노후 안전망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기존 지급분은 그대로 둔 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는 역부족이다. 재정 부담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 세금 내는 현역 세대가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기초연금도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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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정책사회부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