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로 묻힐 뻔…담당 경찰 중징계 [사건의 재구성]
충북 청주시에서 동생을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2일 오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2024.7.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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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일 오후 10시쯤 충북 청주의 한 단독주택. 외출을 마친 A 씨(60대)가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에 돌아오자 집 안엔 긴장감이 가득 찼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유 없이 친동생 B 씨(59)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시작했다.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무차별 폭행에 죽은 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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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3일 오전 5시 10분쯤부터 오전 9시 30분쯤까지 A 씨는 4시간이 넘도록 B 씨를 일방적으로 때렸다. 결국 동생은 친형의 손에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A 씨는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B 씨에게 이유 없이 폭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변사로 끝날 뻔한 살인사건
살인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변사로 마무리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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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은 주민 탐문과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 등을 소홀히 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1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주민 탐문을 하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았지만, 9개월 만에 또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로부터 재차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수사팀을 교체했고 한 달 만에 주민 탐문을 통해 A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 등을 확보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도 직접 보완 수사를 통해 집에 있던 혈흔을 발견했고, A 씨가 주먹 등으로 B 씨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을 증명한 뒤 상해치사 혐의로 그를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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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부인과 재판부의 판단
A 씨는 수사기관에서 B 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사건 당일인 2022년 6월 3일 B 씨가 마당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을 뿐 자신은 동생의 죽음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 씨가 조현병, 우울증 등으로 평소 자해를 해왔고 사건 당일에도 창문에서 나가다 떨어진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A 씨는 폭행 당시 목격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 씨 집 인근에 살던 C 씨는 2022년 6월쯤 술에 취한 남성이 욕설과 함께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는 수일간 반복됐다고 진술했다.
하루는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A 씨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고 맞은 남성은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고도 했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점,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은영)는 지난 1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 씨의 사망 원인은 갈비뼈 골절, 뇌출혈, 창자간막 파열 등 다발성 손상이었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