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이름에 의한 혼선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물고기 분야다.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너무 많아서 어민은 물론이고 어류 전문가조차 헷갈리기 일쑤다. 서로 다른 물고기임에도 같은 이름을 사용해 헷갈리는 경우도 흔하다. 밴댕이, 다금바리, 용가자미, 객주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화 바다에서 잡히는 밴댕이는 강화도 방언으로 멸칫과에 속하는 ‘반지’를 지칭한다. 표준명 밴댕이는 따로 있다. 남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디포리’라 불리는 어종이 밴댕이다. 다금바리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라고 부르는 물고기의 표준명은 ‘자바리’다. 남해안 어민들이 농어처럼 생겼다고 하여 ‘펄농어’라 하는 물고기의 표준명이 다금바리다. 이러한 명칭 문제로 소비자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어민과 수산물 판매 상인조차 소통에 혼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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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유래담은 이유원의 ‘임하필기’(1871년)에 수록돼 있다.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관청에 바쳤다. 벼슬아치가 맛있게 먹은 후 물고기 이름을 물었더니 ‘태 어부가 잡은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이에 벼슬아치는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 역시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것이다. 명태란 이름이 나타나는 최초의 기록은 사옹원에서 승정원에 올린 ‘장계’(1652년)다. 당시 명태가 흔했음에도 늦은 시기에 명태라는 이름이 기록됐다. 이는 명태(明太)가 명 태조 주원장의 묘호(廟號·사후 공덕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와 같아서 문헌에 쓰이지 못하다가 1644년 명조 멸망으로 봉인이 풀리면서 사용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도루묵은 더하다. 도루묵의 유래담은 도문대작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난다. 도루묵을 먹는 주체가 고려 왕, 조선 인조 혹은 선조 등 기록마다 달라 혼란스럽다. 송남잡지에는 인조가 음력 2월 공주를 순행할 때 목어가 수라상에 올랐는데 맛이 좋아 이름을 은어로 바꿨다. 환궁해 먹었더니 맛이 없었기에 다시 목어라 불러 지금 ‘환목어’(도루묵)로 부른다고 했다. 어획 시기도 다르고 산지도 아닌 곳에서 도루묵을 먹었다고 한 것이다. 고려시대 영광으로 유배당한 이자겸이 왕에게 조기를 바치며 “진상은 하지만 굴복한 것은 아니다(屈非·굴비)”라고 적어 보낸 데서 굴비가 비롯됐다는 이야기 역시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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