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장기전 기로] 이르면 내달 편성, 5월 집행 가능성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8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고 있다. 2026.03.08. 뉴시스
광고 로드중
이재명 대통령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하면서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10일 “조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나선 건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가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올라가면 경제적 부담이 크니까 재정을 투입해 일시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위 계층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류세를 깎아주는 만큼의 재원으로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계층을 타깃 지원하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에너지 바우처 등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과 현재 휘발유 7%, 경유 10%인 유류세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 석유 최고가격 시행에 따른 정유사와 주유소 지원 방안도 추경안에 담길 예정이다.
광고 로드중
이 대통령이 신속한 지원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추경 편성 검토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달 23일 예정돼 있고, 기업들이 이달 말 법인세를 신고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 달 추경 편성이 이뤄질 수 있다. 이후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받아 국회 처리까지 빠르게 마치면 늦어도 5월에는 추경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 규모는 이달 말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를 토대로 재정경제부가 추산하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추가 세수에 달려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 올해 법인세 수입은 당초 예상한 86조5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 2월 코스피 거래대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를 웃돌아 증권거래세 역시 기존 전망치(5조4000억 원)보다 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10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름값 지원 대책 외에 그동안 이 대통령이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던 분야의 사업까지 포함하면 추경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문화예술 지원과 지방정부 체납관리단 운영 등에 재정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