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오늘 시행] 민노총 “교섭 불응 원청 압박 투쟁” 대기업-공기업-지자체-대학-병원 등 “교섭 대상 범위 여전히 불분명” 긴장 정부 “법 지원단 꾸려 혼란 최소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청 노조들이 ‘원청이 진짜 사장’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노사관계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노조와 교섭할 ‘사용자 개념’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부터 불법 파업에 대한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이 노사 현장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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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교섭 요구가 시작됐다. NHN 노조는 교육 부문 자회사의 사업이 축소되자 NHN 본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주장하며 자회사 노조원에 대한 본사 고용 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들도 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선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의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를 요구할 경우 원청 근로자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원청 노조가 자신들의 파이를 줄여가며 하청 노조를 지지해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특히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9785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바 있다.
● 기업은 “우리가 교섭 대상인지 아직 몰라”
노란봉투법에 규정된 사용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은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모호하게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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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법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노사 간 소송을 통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청 노조들이 교섭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비정상적인 투쟁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기업 대부분은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철강, 조선 등 일부 대기업의 교섭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법을 해석하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며 “법을 만든 사람들조차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법률 및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운영하며 법 도입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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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