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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장과 교섭” 춘투 봇물 예고… 원청-하청 ‘노노갈등’ 우려도

입력 | 2026-03-10 04:30:00

[노란봉투법 오늘 시행] 민노총 “교섭 불응 원청 압박 투쟁”
대기업-공기업-지자체-대학-병원 등
“교섭 대상 범위 여전히 불분명” 긴장
정부 “법 지원단 꾸려 혼란 최소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한화오션의 한 협력사 노동조합과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거제조선소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직원 급식과 작업복 세탁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생산과 전혀 상관없는 단순 하청업체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이런 걸 고민하는 것 자체가 경영에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청 노조들이 ‘원청이 진짜 사장’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노사관계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노조와 교섭할 ‘사용자 개념’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부터 불법 파업에 대한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이 노사 현장에 적용된다.

● 노사 간, 노노(勞勞) 간 갈등 우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10일 인천국제공항과 현대모비스, 한국전력, 연세대 등을 대상으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과 건설·서비스업 등에 대해선 이달 내로 원청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민노총은 “교섭에 응하지 않는 원청 사업장에는 압박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교섭 요구가 시작됐다. NHN 노조는 교육 부문 자회사의 사업이 축소되자 NHN 본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주장하며 자회사 노조원에 대한 본사 고용 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들도 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선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의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를 요구할 경우 원청 근로자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원청 노조가 자신들의 파이를 줄여가며 하청 노조를 지지해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특히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9785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바 있다.

● 기업은 “우리가 교섭 대상인지 아직 몰라”

노란봉투법에 규정된 사용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은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모호하게 확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조에서 교섭 요구가 들어왔지만 원청이 교섭 대상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하청 노조가 교섭 요구를 했는데 교섭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해 무대응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며 “운신의 폭이 줄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법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노사 간 소송을 통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청 노조들이 교섭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비정상적인 투쟁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기업 대부분은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철강, 조선 등 일부 대기업의 교섭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법을 해석하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며 “법을 만든 사람들조차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법률 및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운영하며 법 도입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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