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권역책임의료기관에 의료 인공지능 진료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142억 원 규모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 취지와 달리 의료 AI 기술이 기업의 매출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아일보DB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도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 검증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일부 기업의 매출 확대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병동 환자의 위험 상태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딥카스’나 ‘에이아이트릭스-VC’는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 등 데이터를 분석해 심정지나 패혈증 같은 위험 신호를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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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다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의료 AI 기술이 병원에서 비급여로 적용되며 사실상 기업의 매출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에는 기술 사용 과정에서 남용과 부정 수급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된 의료 AI 시스템을 둘러싸고 환자 측과 의료기관 사이에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환자 측을 대리하고 있는 이상규 변호사는 병원 현장에서 사용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병동 환자의 상태 악화를 예측하는 의료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일부 병원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모두 입력되지 않은 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환자의 나이 정보와 생체 신호 6종, 혈액검사 11종, 의식 상태 점수 등 총 19종의 임상 정보를 활용해 위험도를 예측하게 돼 있다.
이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복지부에 공식 질의를 했고 복지부는 정해진 사용 방법을 준수한 상태에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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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평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가 유예 이후 기술은 급여, 비급여, 퇴출 세 가지 방향으로 결정되는데 현재 평가 대상 제품들에서 부정 수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용과 부정 수급 논란이 반복된다면 의료 AI 산업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AI 기술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하려면 매출 경쟁보다 기술 경쟁이 먼저다. 정부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을 찾아 지원하고 기업은 기술로 평가받아야 한다. 의료 AI 시대에는 기술의 속도만큼 산업의 신뢰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