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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 여는 박신양 “연극같은 전시…광대가 화실 돌아다니는 설정”

입력 | 2026-03-09 15:22:00


연극 무대처럼 꾸민 전시장에서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는 배우 박신양을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만났다. 박 배우는 “연극을 보면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 몰입하는 경험을 전시로도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모자 달린 조끼, 그리고 푹 눌러쓴 야구모자.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배우 박신양을 만났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재벌 2세 한기주나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변호사로 친숙한 수트 차림과는 정반대 복장. “똑같은 디자인으로 두 벌씩 갖추고 돌려 입는다”는 ‘작업복’을 입고 전시 설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은 그가 “연극적 전시”라 칭한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개막 하루 전이었다.

박 배우는 2023년에도 경기 평택시 mM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그는 배우로 인기를 얻으며 만들어진 미디어 속 이미지를 벗어나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특히 “제4의 벽(배우와 관객의 심리적 경계를 가리키는 연극 용어)을 뒤집어 보고 싶다”며 매일 전시장으로 출근해 그림을 그렸다. 관객은 그림을 그리는 그를 2층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흰 벽 전체에 ‘유로폼’(콘크리트 거푸집)을 설치해 새로운 분위기를 시도했다. 박 배우는 “서울 전시가 결정되고, 흰 미술관 벽에 그냥 그림을 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전시라고 하면 느끼는 딱딱함이나 긴장감을 없애고 몰입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고, ‘연극적 연출’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박 배우의 작업실을 옮겨 놓은 듯, 그림뿐 아니라 포장된 작품이 쌓인 선반과 쓰다 남은 물감 등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 화가가 자리를 비운 동안 ‘정령’들이 나타나 움직인다는 콘셉트를 도입해, 전시 내내 광대 분장을 한 배우 15명이 돌아다니며 연기를 한다. 박 배우는 “연극을 보는 건지, 전시를 보는 건지 헷갈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초대전이 아닌 대관 전시. 게다가 한 장에 20kg인 유로폼 1500장을 설치하고 배우들까지 고용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박 배우는 “우선 와서 보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저질렀다”며 “최근에 잘 하지 않던 예능이나 유튜브 출연도 하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직접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림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 얘기부터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떨 땐 뭔가를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떳떳해요. 반면 예술과 철학, 인문학과 관련해선 너무 아까워합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건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와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건 배우 박신양이 아닌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힘들게 여는 전시도 그런 인식의 전환을 소망하는 시도인가.

“저는 이미 ‘개인’으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그것보다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배우 박신양보다 좀 더 숨통이 트이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저라는 사람에 궁금증을 갖고 다시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해요. 나아가 전시를 보는 관객들이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돈과 인기, 유명세보다 “감정, 예술, 철학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관객들이 이곳에서 만나는 그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날 것의 ‘인간 박신양’일지도 모른다. 그의 도전은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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