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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남들보다 더 자주 우울해질까[김지용의 마음처방]

입력 | 2026-03-08 23:12:00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왜 비슷한 상황의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저만 우울증이 생겼을까요?”

“다 같이 힘든데 유독 네가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주변에서 말해요. 마음 강하게 먹고 다르게 생각하면 되는 걸 유별나게 병원까지 가냐고요.”

진료실에서 굉장히 자주 듣는 말이다. 우울증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보는 흔한 오해는 안그래도 힘겨운 이들을 더욱 괴롭힌다. 분명 우울증에 더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질병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춰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고 당연한 자세일 텐데 말이다. 우울증의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들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신경증적 성격’이다. 이 성격을 타고난 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깊고 오래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발병률이 2배가량 높다. 외부의 자극에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인지적 특성이 뇌와 마음을 쉽게 지치도록 만든다.

둘째로 ‘가족력’이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은 2∼3배 높아진다. 특히 어린 시절에 가족의 우울증을 경험했다면 그 영향이 더 크다. 정서적 지지 체계가 흔들리는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위험을 3.7배까지 높이는 요인은 아동기의 학대와 트라우마다. 신체적, 성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방임은 평생의 그림자가 된다. 뇌가 발달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는 공포에 반응하는 편도체를 과활성화하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발달을 저해해 불안과 우울에 취약한 뇌를 만든다.

우울증 발병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 요인은 최근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이다. 경제적 파탄(4.4배),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5.1배), 폭력 및 범죄 피해(6.8배) 등은 뇌와 신체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이러한 충격은 사건 발생 후 1∼3개월 내에 집중적으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며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없던 건강한 사람도 우울증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여럿에 해당한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실망스럽고 화가 날 수도 있다. 상당수는 스스로 잘못했거나 원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 반응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신질환도 다른 신체 질환과 다르지 않다. 당뇨나 고혈압, 암의 가족력이 있을 때 포기하기보다 더 철저히 건강을 관리하듯 우울증 역시 같은 접근이 필요하고 가능하다. 위험 요인을 안다는 것은 좌절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더 세밀하게 돌보고 긍정적 생활 습관을 배치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다. 특히 뇌는 신경가소성(새로운 경험에 따라 신경세포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며 기능과 구조가 변하는 성질)을 지닌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변화가 가능한 장기다. 지금 이 순간부터도 도전과 변화는 가능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3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30.8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왜 같은 상황에서도 나만 우울증에 걸린 걸까?’ (https://youtu.be/jydaECBTIoU)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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