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성격 달라져 다중언어 사용 땐 도덕 판단력 향상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비오리카 마리안 지음·신견식 옮김/288쪽·2만 원·위즈덤하우스
세계적인 심리언어학자인 저자는 “쓰는 말에 따라 정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답한다. 10여 개의 언어를 말할 수 있는 다중언어 사용자인 저자의 경험과 오랜 시간 진행한 여러 실험을 바탕으로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다중언어 사용자에게 ‘트롤리 딜레마’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고 치자. 선로 위에 있는 5명을 죽일지, 선로를 바꾸어 1명을 죽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험 결과, 모국어로 응답한 이들 중 20%가 “5명을 살려야 한다”고 답한 반면, 제2외국어로 응답한 경우엔 그 비율이 33%로 늘었다. 언어만 바꿨을 뿐인데 사람들은 더 공리주의적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뜻이다. 나아가 언어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감각할 여지가 커진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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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인간이란 본래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언어를 익히는 데에 늦은 때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중언어 사용자의 경우 정보를 처리하는 ‘회백질’의 밀도가 더 높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회백질의 부피가 줄어들더라도 여러 언어를 알면 밀도 감소를 늦추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이 소개하는 여러 연구를 읽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언어 잠재력을 꺼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