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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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는 광역 통합이다. 광역시와 도(道)를 하나로 묶어 새로운 거대 행정구역으로 만드는 변화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더해 생존과 발전을 위한 지역의 열망이 맞물리면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전남과 광주를 하나로 묶는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은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통합시장을 뽑고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약칭 광주특별시 출범이 현실화된 것.
전남과 광주는 특별법 통과를 기념해 시도민 보고대회를 열었고, 아직 통합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대구와 경북은 시장대행과 도지사까지 나서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통합특별법이 처리되면 지역의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광역 통합, 축포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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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기준 광주의 인구는 약 139만 명, 전남은 약 177만 명이다. 하지만 광역의원인 광주시의원은 23명, 전남도의원은 61명이다. 기초자치단체로 눈을 돌려도 인구 대표성 문제는 녹록지 않다. 광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북구(41만여 명)와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구례군(2만여 명)의 인구는 20배가량 차이가 나지만 북구의원은 20명, 구례군의원은 8명이다. 여기에 통합특별시의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선거구가 어떻게 나뉘는지는 선거가 채 석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또 광역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에서 일하는 공무원, 교사들은 “앞으로 내가 어디서 근무하게 될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다. 광주 지역 교사는 광주에서만 순환 근무를 했지만, 광주와 전남이 단일 행정권으로 묶이면서 앞으로는 전남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 시도는 공무원, 교사의 근무지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장기 방침은 여전히 미정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시작된 광역 통합이 “지역 내 균형 발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남도의 한 공무원은 “공공기관 등 좋은 건 광주로 다 가고, 기피 시설만 전남 지역으로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쓰레기소각장 등은 광역권 내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광주와 전남이 통합되면서 전남 지역으로 이 시설들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지자체 행정망인 새올시스템과 주민등록시스템, 지방세시스템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7월 1일 시스템 통합 완료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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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제들에 대해 광역 통합 관리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선(先)통합 후(後)합의” 방침을 내세웠다. 우선 통합한 뒤 세부적인 내용들은 조정해 가자는 것. 결국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들을 정교하게 조율해 가는 진짜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울산, 세종처럼 광역지자체가 별도로 분리된 경우는 있었지만 광역지자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다. “지방 소멸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이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열고 있는 것. 그렇다면 그 과정 역시 처음인 만큼 세심하게 밟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지방 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한상준 사회부장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