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표현한 이미지. 채굴 서버와 AI 데이터센터 간 자금과 인프라 이동을 시각화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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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보유 코인을 매각해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채굴기업들이 보유한 비트코인만 약 80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이를 현금화해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 사이에서 보유 코인을 매각하고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채굴기업들은 그동안 채굴한 코인을 장기간 보유하는 이른바 ‘트레저리 전략(treasury strategy)’을 유지해 왔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 아래 재무제표에 코인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채굴기업들이 보유 물량을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산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채굴기업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8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시장에서는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에 잠재적 매도 물량(overhang)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채굴시설에서 AI 데이터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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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요 채굴기업들은 AI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으로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 다음으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마라 홀딩스(MARA Holdings)는 약 40억 달러 규모 보유분 일부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클린스파크(CleanSpark)와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도 경영진 개편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비트디어 테크놀로지스(Bitdeer Technologies)는 보유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하고 AI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 코인 변동성 대신 ‘AI 안정 수익’ 선택
채굴업체들이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 구조의 차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토큰 가격과 네트워크 난이도, 반감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수익이 크게 변동한다. 반면 AI 연산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업과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 예측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데이터센터 기업 비트제로(BitZero)에 투자한 케빈 오리어리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채굴 장비를 제거하고 AI 컴퓨팅 시설로 전환한다면 주가가 최대 5배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며 “비트코인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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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전력 확보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빅테크 기업들이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확보한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값싼 전력을 확보한 채굴시설이 새로운 인프라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채굴기업들의 AI 전환이 향후 데이터센터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매튜 킴멜 코인셰어즈 디지털자산 분석가는 “AI 사업으로 전환하는 채굴기업의 가치는 전력 확보 능력과 장기 컴퓨팅 계약에서 나온다”며 “이 수익 구조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과의 연관성이 낮아 공모시장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과 서버 인프라를 확보한 채굴기업들이 새로운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비트코인이 이들의 성장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전력 인프라 확보 능력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