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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 “김민기” vs 대법 “박순영”… 이번엔 대법관 인선 놓고 평행선

입력 | 2026-03-03 04:30:00

‘사법 3법’ 갈등속 40여일 이견 계속
靑, 1순위 지목 金판사 제청 요구
대법 “남편이 헌재 재판관” 난색
與 “대통령 임명권 존중해야”




청와대와 대법원이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 후임의 임명 제청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 인사의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는 청와대와 사법부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과 ‘사법개혁법’ 강행 처리 등을 두고 정부·여당과 사법부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월 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 4명을 추천한 지 40일이 지나도록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에 1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장기 대법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 靑 김민기 vs 法 박순영 두고 평행선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법관이 3일 퇴임하는 가운데 후임 대법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등 13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기존에도 인사청문 절차가 늦어지며 대법관 공백이 발생한 전례가 있었지만,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이 지연된 것은 이례적이다.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55·사법연수원 26기)

조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이 참여하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1월 21일 대법관 후보를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55·사법연수원 26기·사진),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60·25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 등 4명으로 압축했다. 이후 대법원은 최종 임명 제청을 두고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윤 부장판사와 손 부장판사를 1, 2순위로 임명 제청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는 김 고법판사와 박 고법판사를 1, 2순위로 제시했다고 한다.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60·25기)

이에 대법원은 청와대에 박 고법판사를 제청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다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1순위인 김 고법판사를 임명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기 안양 출신인 김 고법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으로 적임자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에 대법원은 김 고법판사의 남편인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미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임명됐던 점 등을 들어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가 두 헌법기관의 최고위직으로 근무하는 것은 특혜 아니냐는 법원 내부 의견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 대법관 공백 장기화 가능성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여권에선 대통령 임명권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한이 있지만 제청된 후보를 임명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임명 제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임명권을 쥔 청와대가 뜻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이에 어긋나는 후보를 제청하거나, 제청을 미룰 경우 추가로 사법부 개혁에 고삐를 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대법원장 인사권에 관한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선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과 관련해 사법부 구성에 대한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추천권이 아니라 제청권을 준 것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법부를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최장 대법관 공백은 140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 2017년 이상훈 전 대법관의 후임 임명이 늦어지며 발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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