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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수천대-미사일 2500기… 이란, 美 돕는 주변국 ‘가랑비 공격’

입력 | 2026-03-03 04:30:00

[트럼프, 이란 공습]
“자위권에 한계는 없다” 반격
지하 무기터널 공개하며 “보복 공격”… 카타르 등 원유시설 ‘인질’ 잡을수도
탄도미사일-드론 섞어 발사하면… 이스라엘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




이란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지속적인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을 대거 보관하고 있는 무기 저장소의 영상을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1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이란의 자위권을 강조하면서 “한계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며,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데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준비가 돼 있고, 나라를 방어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나아가 (지난해 6월) 12일 전쟁보다 질적, 양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이란군 전력의 강점으로 꼽히는 지상군 투입은 보복 대상인 미국,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 어렵지만,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과 미군이 주둔한 중동 국가들을 계속 공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이 자폭 드론 같은 저가형 무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의 방공망 소진을 유도하는 한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미군이 주둔 중인 인근 친미 아랍 산유국들을 공격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에 나설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 드론 등 물량 공세로 방공망 붕괴 전략 펼칠 듯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지하 격납고 비축 드론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며 보복에 나서고 있다. 이란은 수천 기의 드론을 보유 중인 걸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X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전력은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현재 이란은 약 25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같은 인접국의 미군 기지와 석유, 천연가스 생산 및 가공 관련 인프라는 모두 이란 미사일 사정권에 있다. 드론 역시 수천 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이날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지하 무기 저장소 영상에는 대규모의 드론과 미사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드론 무기 터널 영상 갈무리

이를 감안할 때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섞어 동시에 발사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때도 이란은 이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 재고의 25%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언 돔’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의 최첨단 다층 방공망도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에 500발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약 35발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격에 나서면서 일종의 ‘가랑비(drizzle) 전략’을 구사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전직 이스라엘 안보 분야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이 의도적으로 ‘가랑비’ 같은 보복 공습을 이어가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소모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 전쟁은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최근 발표한 전투 계획에도 미국-이스라엘 전력을 소진시키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미군의 중동 거점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비롯해 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미군기지를 상대로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는 내용이다. 상당수가 방공망에 막히더라도 물량 공세로 미국의 방어망을 흔들어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대규모 공격 시 성능이 입증된 샤헤드-136 드론을 비롯해 액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샤하브-3를 대거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 걸프국 에너지 인프라 공격시 세계 경제 파장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군 관계자와 구조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이란의 미사일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2026.03.01. 텔아비브=AP/뉴시스

이란이 미국의 우방이며 미군이 주둔 중인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의 원유 생산 시설 등을 ‘인질’로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시설을 타격해 전 세계 유가를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란이 직접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도, 미군이 주둔한 우방의 원유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 자체가 미국이 전쟁을 이어가는 데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과 UAE, 카타르 등의 원유 시설이 공격 타깃이 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바레인, 쿠웨이트, UAE의 공항과 호텔 등 민간시설도 이란의 보복 공격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 나라들은 이스라엘처럼 최첨단 방공망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이란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경우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들은 1일 화상 회의를 열어 이란의 공격을 ‘배신’이라 규정하고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남겼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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