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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성 사칭 “연애적금 들자” 접근… 68명에 105억 뜯어

입력 | 2026-02-26 04:30:00

“돈받고 사이트 폐쇄 ‘돼지도살’ 수법”
금감원 등 사칭 캄보디아 조직 검거



사기 조직원이 일본인 여성을 사칭하면서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게시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일본인 여성을 사칭해 로맨스 스캠(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 조직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쌓은 뒤 가짜 쇼핑몰 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이를 가로채는 이른바 ‘돼지 도살’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 프놈펜 등에 거점을 두고 로맨스 스캠, 금융감독원 사칭 사기 등을 저질러 온 2개의 사기 조직 조직원 총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파악한 두 조직 피해자는 68명이며 피해액도 약 105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로맨스 스캠을 주로 저질러 온 A조직은 일본인 여성 사진을 도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한 뒤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접근했다.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3개월간 피해자들과 대화하며 온라인 연인으로 관계를 진전시킨 뒤 신뢰를 이용해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을 하고 있는데, 소액을 투자하면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가짜 사이트로 유인했다.

이후 이들은 최대한 많은 투자를 유도한 뒤 입금 이후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수익금 출금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돈을 갈취했다. 일부 조직원 검거로 가짜 사이트 수법이 들통난 이후엔 기존 수법과 비슷하게 접근한 후 “(미래를 위해) 코인으로 연애 적금을 들자”며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수법을 두고 수사 당국은 “마치 돼지를 살찌워 잡듯이 신뢰를 키워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른바 ‘돼지 도살’ 수법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B조직은 금감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갈취했다. 이들은 중국인 총책이 확보해 온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카드가 오배송됐다”며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하는 피해자들에게 “명의가 도용됐다”며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했다. 피해자들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금감원으로 전화를 걸면 악성 앱을 통해 자동적으로 조직의 전화로 연결됐고, 전화를 받은 조직원은 금감원을 사칭하며 현금 전달을 종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인 조직원 대부분이 금전이 필요한 20, 30대이며 미성년자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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