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냉정해야 하지만 재판에서는 부드러워야 검사보다 더 흥분한 법관의 판결은 그 자체로 결격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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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장애(障礙) 미수보다는 불능(不能) 미수에 가깝고 무기징역은 엄벌이다. 이것도 엄벌이 아니라는 철딱서니 없는 주장을 정청래 집권당 대표가 하고 있지만 지귀연 재판부가 집권당의 압박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히 재판을 진행해 이른 결론이기에 공감하는 바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해 이름이 막 오르내리던 때다. 부장판사 시절 그를 배석판사로 뒀다가 법원을 나온, 정치 이념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변호사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재판에서도 생활에서도 나이스(nice)한 사람”라는 말을 들었다.
법원 사정을 잘 아는 고위직 판사의 말에 따르면 구속 기간을 시간까지 따져 계산할지, 일(日) 기준으로 계산할지는 대법원 선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법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신 구속은 엄격해야 한다고 보는 일부 판사들이 시간까지 따져 계산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으며 이 문제가 논란이 돼 10여 년 전 형사법원에서 논의까지 이뤄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쟁점으로 삼아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학계 중론은 시간까지 따져 엄격히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로서는 피고인 측이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느니 없느니부터 문제 삼고 있었기 때문에 후탈이 없도록 엄밀히 따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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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조은석에 대해서는 법조인들로부터 ‘악랄하다’ ‘무죄제조기’란 평을 들은 적이 있다. 판사가 아니라 검사니까 악랄하다고 욕먹는 게 크게 잘못됐다고 볼 수 없지만 유죄로 기소했으나 무죄가 난 사건이 많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 조 특검이 최대치로 무리하게 한덕수 전 총리를 기소한 것이 내란 방조 혐의였다.
그러나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술 더 떴다. 조 특검조차 적용을 주저한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 적용을 특검 측에 요구하고 자신이 요구한 혐의에 따라 23년형을 선고했다. 판사가 검사와 피고인의 공방을 쫓아 재판을 진행하는 중립적 입장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이 특검 위의 특검 역할까지 하면서 재판을 이끌어 간 것이다. 한마디로 판사가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것으로 조선시대 사또 재판, 서양의 규문(糾問) 재판을 연상시켰다. 21세기 한국에서 누구를 계몽한다는 차원의 계엄도 어이없지만 누구를 계몽한다는 차원의 재판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고문에서 ‘무장한 계엄군’이란 말을 썼다. 계엄 당일 국회 상황은 생중계됐다. 누가 봐도 빈 총이었고 빈 총조차 사용할 생각이 없는 듯한 군인들이었다. 물론 총 자체가 몽둥이다. 몽둥이를 든 수십 명의 군인이 국회에 몰려 있는 것 자체가 위협이다. 그러나 언론조차도 민간인이 아니라 군인이 무장했다고 할 때는 무장 탈영병처럼 실탄을 소유해서 즉시 장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나 그런 말을 쓴다.
무장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고 그 수준에 따라 다양한 처벌이 있는데도 법관이 간단히 무장한 계엄군이라고 해버리고 빈 총임이 분명한 것의 부리를 잡은 걸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이라고 운운하더니 자신이 쓴 그 대목을 읽으면서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판사가 특검보다 더 성난 얼굴을 하는 것만으로 불편했는데 울먹이는 앵그리버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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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관 재판부는 계엄에 반대하면서도 내란에 휘말린 사람들에 대한 어떤 깊이 있는 분석도 보여주지 못했다. 77세의 공직자 출신 총리를 100세까지 가두는 형벌을 선고하는 것은 죽을죄를 졌다고 여길 때나 가능하다. 재판 기계라도 그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최소한 주제넘는 분노와 얄팍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평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