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병원, 배양 ‘PRP’ 성과 나이 들어갈수록 착상 실패 흔해… 수정란 자라는 환경 개선에 노력 배양액에 ‘혈소판 풍부 혈장’ 첨가… 임상서 세포 성장-회복 물질 효과 출생 후 추적 관찰… “아기 건강해”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난임병원 시험관아기센터의 연구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PRP(혈소판 풍부 혈장)’를 배아 배양 과정에 적용해 여러 차례 착상에 실패한 환자의 임신 성공률을 1.8배나 높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병원 허용수 서울마리아 연구부장, 현창섭 평촌마리아 IVF센터 연구부장, 양성호 송파마리아 연구부장을 만나 난임 치료에서 연구진의 역할과 임상 결과를 자세히 알아봤다.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왼쪽)가 난임 환자의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마리아병원 관계자들과 연구 성과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창섭 평촌마리아 IVF센터 연구부장, 허용수 서울마리아 연구부장, 양성호 송파마리아 연구부장(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마리아병원 제공
―난임 치료 분야에서 연구진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 연구부장=연구진은 난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진 않지만, 병원 연구실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고 배아를 키우고 있다. 배아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는 임신 성공에 큰 영향을 주는데, 연구진은 배아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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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연구부장=과거보다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이 확실히 높아졌다. 보통 사람은 65세를 넘어가면 고령으로 불리는데 난임 분야에서는 35세 이상을 고령으로 본다. 현장에서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환자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가 줄고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정되더라도 배아가 잘 자라지 않거나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현실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됐나.
▽현 연구부장=현장에서는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 실패를 겪는 환자도 적지 않다. 심지어 23번 시도했지만 실패한 환자도 봤다. 연구진 입장에서는 수정란 배양 과정을 반복하면서 ‘수정란을 키우는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고민 끝에 수정란이 자라는 환경 자체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PRP란 무엇이고, 배아 배양에는 어떻게 활용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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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연구 결과는 실제로 어땠나.
▽현 연구부장=3회 이상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배양 PRP를 적용한 결과 일반 배양액을 사용했을 때보다 1.8배 높은 임신 성공률을 확인했다. 배아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착상과 임신 유지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했다. 안전성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태어난 아기들도 1년간 추적 관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다.
―배양 PRP는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나.
▽양 연구부장=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착상 확률을 높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반복해서 착상 실패를 겪은 고령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다른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난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수정이 잘 안되는 환자, 미성숙 난자가 나오는 환자 등 그동안 치료가 쉽지 않았던 사례에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임신 시도 과정에서 선택지가 점점 줄어드는 환자들에게 배양 단계에서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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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연구부장=배양 PRP가 모든 난임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반복된 임신 실패로 선택지가 제한된 환자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앞으로는 PRP 안의 어떤 성분이 배아 성장에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인 작용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 연구부장=그동안 연구팀은 수정란이 자라는 환경을 최대한 엄마 몸속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배양 환경 개선에 집중해 왔다. 우리의 배양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환자군에서 효과가 더 뚜렷한지, 배양 환경 개선이 임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료 방법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