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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독감·코로나를 한번에…코에 뿌리는 ‘만능 백신’ 개발

입력 | 2026-02-25 11:46: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기, 독감,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은 물론 세균성 폐 감염과 심지어 일부 알레르기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만능 백신’(universal vaccine)이 개발돼 동물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얻었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공개된 이번 백신은 기존 예방접종과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기존 백신은 약화한 병원체나 특정 단백질을 면역체계에 노출시켜, 이후 같은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대응하도록 훈련한다. 그래서 특정 백신은 대개 하나의 질병만 예방한다. 홍역 백신은 홍역만, 수두 백신은 수두만 막는 식이다.

그러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전략을 택했다. 특정 병원체를 표적으로 삼는 대신,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했을 때 몸의 면역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모방했다. 이로 인해 일부 면역 세포는 장기간 활성화(경계 상태)한 상태를 유지하며, 단일 감염이 아니라 광범위한 위협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하게 된다.

주사 아닌 ‘코 스프레이’로 투여하는 이유

신 개념 백신은 주사가 아닌 비강 스프레이 형태로 투여한다. 코·목·폐는 ‘점막 표면(mucosal surfaces)’으로 덮여 있다. 이는 외부 세계와 가장 먼저 접촉하는 습한 조직으로, 감염에 대한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이 부위의 면역체계는 백신을 팔 근육에 주사하는 것보다 직접 점막에 투여할 때 더 강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주사보다 코에 분무하는 방식이 바이러스 방어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나의 백신이 여러 병원체를 막을 수 있는 원리

연구진에 따르면, 새 백신은 두 가지 핵심 면역 세포 간의 소통을 강화한다.

첫째는 폐포 대식세포(alveolar macrophages)다. 이 세포들은 폐의 미세 공기주머니에 위치해, 흡입된 병원체 대한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백신으로 활성화되면, 이들은 침입 병원체를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포식·제거할 수 있다.

둘째는 T세포다. 백신은 이들에게 더 빠른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키도록 자극한다.

새 백신은 특정 병원체가 아닌 일반적인 방어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 동물 실험에서 이 백신을 비강 스프레이로 투여한 생쥐들은 폐를 통해 체내 침투하는 바이러스의 양이 최대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부 살아남은 바이러스도 다른 면역 반응에 의해 빠르게 제거됐다.

바이러스·세균·알레르기까지 보호

새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감염을 비롯해, SARS·SCH014 코로나바이러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 Acinetobacter baumannii) 같은 다제내성 세균, 그리고 일부 알레르겐에 대항해 생쥐를 보호했다.

스탠퍼드대 미생물학·면역학과 발리 풀렌드란 교수는 “우리가 ‘범용 백신’이라고 부르는 이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기 바이러스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바이러스, 우리가 테스트한 거의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 심지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를 제공하는 훨씬 더 광범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라고 BBC에 말했다.

언제쯤 보급 가능할까?

다만 이번 결과는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것으로, 인간에게서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인간 대상 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다면, 범용 백신이 독감·코로나19·감기 바이러스처럼 RNA 기반 바이러스에 대한 연례 접종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보호 효과는 동물 실험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됐다. 이는 몇 년 또는 평생 지속되는 일부 백신에 비해 짧은 기간이다. 다만 겨울철 호흡기 감염을 막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일반에 보급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면역체계를 장기간 활성 상태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만큼, 정상 조직에 의도치 않은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두나 간염처럼 DNA 기반 바이러스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 책임자인 풀렌드란 교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5~7년 내 보편적 호흡기 백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a1260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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