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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의료자문 분쟁… ‘환자 권리’ 보장되고 있나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입력 | 2026-02-25 04:30:00

보험금 심사에서 의료자문 중요
애매한 경우 의학적 판단 엇갈려
소비자 추가자문 규정 등 정해야




실손보험 의료자문은 의학적 검토를 통해 보험금 지급이 타당한지를 확인하는 절차이지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핑계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포털 공시

실손보험 의료자문을 둘러싼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의학적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영역에서 의료자문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다. 해석의 경계에 선 의료 판단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때 자문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60대 최 모 씨는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연골 손상 진단을 받았다. 연골 손상은 국제 연골복원학회(ICRS) 기준에 따라 0∼4단계로 나뉜다. 3단계는 연골이 깊게 갈라진 상태, 4단계는 연골이 완전히 닳아 뼈가 드러난 상태를 의미한다.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과 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최 씨의 주치의는 ICRS 4단계로 판단해 카티스템 치료를 시행했다. 카티스템은 중증 연골 결손 환자에게 시행되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로 일정 손상 범위를 충족해야 적용된다. 그러나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자문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고 3단계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손상은 있으나 완전한 연골 소실 단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영상으로는 3과 4의 경계에 있는 애매한 경우로 보인다”며 “의사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처럼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병변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의사의 의견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영상 판독에는 해석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최 씨는 보험사 의료자문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제삼자의 추가 의견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추가 자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한 차례 의료자문을 실시한 이후 소비자의 추가 의견 요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환자가 보험사 자문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새로운 의견 제출을 제한하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 씨의 주치의는 “보험사가 지정한 자문의 의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다른 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환자가 정당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자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의료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진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자문 의뢰 사례를 보면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보험사가 의학적 검토를 거치는 과정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의학적 검토는 필요하다. 보험사 심사팀 출신 정광용 독립 손해사정사는 “주치의 소견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외부 의료자문을 진행한다면 그 사유와 절차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절차가 더욱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영역에서 의료자문이 사실상 최종 판단처럼 작동한다면 환자의 치료 선택과 보험금 수령 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의료자문은 견제 장치이되 환자의 재검토 기회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장 교수는 “비용 부담이 큰 치료라면 사전에 제삼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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