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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작하며 다시 들은 ‘선수’라는 말, 되게 기분 좋았다”

입력 | 2026-02-23 15:45:00


“야구하면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선수라고 불리는 건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끝일 줄 알았는데….”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여성야구단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 선수(38·핸드볼)는 ‘선수’라는 호칭에 담담히 웃어 보였다. 블랙퀸즈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에서 여러 종목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모여 창설한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

‘야구여왕’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청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 선수와 함께 ‘주전 유격수’ 주수진(33·축구)과 ‘송타니(송아+오타니)’ 송아(30·테니스) 선수도 함께 만났다.

‘야구여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세 선수를 포함해 야구에 진심을 보여준 참가자들의 공이 컸다. 본업에 바쁘면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새벽운동까지 적극 나섰다. 김 선수는 “은퇴 뒤 공허감이 컸는데 ‘야구여왕’을 통해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아 팀 내 유일한 ‘애엄마’인 주 선수는 “집밖을 나갈 계기가 생겨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

물론 낯선 야구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먼저 김 선수는 ‘첫 정식경기’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블랙퀸즈는 25:15로 대승을 거두며 반전을 마련했다. 김 선수는 “직전 연습경기에서 대패해 ‘우리가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던 때라 더 값졌다”고 했다. 무릎 부상으로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그는 이 경기에서 구원투수 등으로 활약하며 MVP를 거머쥐지기도 했다.

송 선수는 5번째 시합을 언급했다. 이른바 ‘싸이클링 히트’라 부르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노리다가 실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1회부터 홈런을 쳤지만, 마지막 3루타를 남기고 욕심을 내다 큰 실수를 했다. 안타를 친 뒤 무작정 달리다가 앞 주자 주 선수까지 추월해 아웃이 됐다.
“야구를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못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 (실수) 장면은 저를 평생 쫓아다니지 않을까요.”

주 선수는 아직 방송 전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긴장감이 넘쳤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촬영에 앞두고 9kg을 뺐던 그는 방송 중 6kg가 더 빠졌을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축구랑 야구가 경쟁 구도이지 않나. 축구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농담하면 뜨끔뜨끔하다”라며 “점점 야구선수의 마인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긴 훈련과 시합에서 선수들에게 뭣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다름 아닌 상대팀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장난 아니다”며 “눈빛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여성축구가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여성야구도 널리 활성돠됐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던 김 선수는 “저희가 ‘원팀’이 돼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여성 야구는 물론, 더 나아가 다른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종목에 관심이 생기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하죠. ‘야구여왕’을 계기로 여성 야구 포함 여성 스포츠 관련 환경이 개선되고, 선수도 늘어났으면 해요.”(송 선수)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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