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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 “의회 넘어선 상호관세 위법”…트럼프 통상전략 뿌리째 흔들려

입력 | 2026-02-21 01:39:00

연방대법원 9명 중 6명 보수 성향에도 위법 판결
美대법 “의회로부터 승인없이 부과, 권한 넘어서”
트럼프 2기, 관세로 얻은 세수 환급해야 할 상황
‘우회 수단’ 모색하겠지만 관세정책 정당성 무너져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 부과 등이 위법이라고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 시간)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가운데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확히 위헌 또는 위법 판단을 내린 사례다.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기조인 관세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건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은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통상 전략 또한 일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등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 수단을 찾아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실제 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의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권한 넘어서”

대법원은 이날 6대 3으로 IEEPA가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 다수의 대법관은 “의회로부터 명확한 승인 없이 가장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의회가 관세 부과라는 별개의 특별하고도 이례적인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면, 명시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판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에서 진행된 심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을 두고 “비상사태 시 외환 규제 권한을 ‘모든 국가의 모든 제품에 대해 어떠한 금액, 어떠한 기간이든’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으로 해석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단 관측이 나왔다.

그간 관세 정책은 의회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자신의 부과가 정당하다고 맞서왔다. 지난달엔 워싱턴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며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친절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 나라에 부과 중인 관세율이 사실상 절제된 수준이며, 향후 추가적인 관세 인상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대법원의 관세 판결에 앞서 타국에 대한 관세 위협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로 얻은 각종 세수(稅收)를 환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두 종류의 관세를 다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마약류인 펜타닐 유입을 명분으로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부과한 관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중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권한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는 향후 10년간 약 1조5천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또 “이는 트럼프 2기 관세의 약 7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 이번 판결의 파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납부한 관세를 어떻게 환급받을지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일단 우리 정부는 당장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AP/뉴시스]


● 트럼프 ‘우회 수단’ 모색하겠지만…‘관세 정당성’ 타격 불가피

이번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 주최 ‘2025 딜북 서밋’ 행사에 참석해 위법 판결이 나오더라도 관세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IEEPA에 근거해 부과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결정이 나더라도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와 같은 조항들을 통해 정확한 관세 구조를 재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 무역 관행을 취하는 무역 상대국에 일정 기간의 통지 및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관세와 같은 광범위한 보복 조처에 나설 수 있게 한다. 122조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는 관련 부처 조사를 통해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등 적절한 조처를 통해 대통령에게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이 같은 법을 다시 적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이미 관세 정책의 정당성이 크게 무너진 만큼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협정을 재편하고 외국 상품을 수입하는 기업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거둬들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활용해온 외교적 압박 수단이 무너졌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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