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시군 피해, ‘숲’ 복원 계획 3곳뿐… 사방댐 건설도 40% 진행 지지부진 영남지역 역대 최장 건조특보에… 산불 위기경보 ‘경계’ 발령까지 주민들 “바람만 불어도 무섭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 영남 일대를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로 10만 ha(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지만, 숲 복원 계획을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댐 건설도 40%밖에 진행되지 않는 등 산불 피해 복구 작업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 들어 영남과 동해안 일대에 역대 최장의 ‘건조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산불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달부터 이 지역의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봄철이 아닌 1월에 ‘경계’ 단계가 발령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 불탄 산 복원 계획 세운 지자체 3곳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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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로 수목이 불타면 산림청과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여건과 산 소유주 의견 등을 반영해 조림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최종 복원 계획을 확정한다. 지난해 3월 의성군에서 시작해 8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인 10만4545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탄 것이다. 피해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지자체와 산 소유주, 주민들 간의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산림 복구를 위한 기본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경남과 경북 지역은 산불 피해 복구율도 30∼70%대에 그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 이후 산사태나 토사 유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목 제거, 사방댐 건설, 토사 유실을 막는 계류 보전 등의 복구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경남 지역의 계류 보전 사업 진척률은 33%, 사방댐 건설은 40%에 불과했다. 경북 역시 위험목 제거 59%, 계류 보전 72%, 사방댐 건설 68% 등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산림청은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복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정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 영남 일대는 역대 최장 ‘건조특보’… “또 산불 번질라”
이런 상황에서 전국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경북 지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4.3mm로 평년(26.4mm)의 16.2%에 그쳤다. 경남 지역도 0.7mm의 비가 내려 평년 수준의 2%밖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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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부산, 대구, 경북, 경남, 강원 일부 지역에는 현재 산불 위기경보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경계’가 발령 중이다. 의성군에 사는 한 30대 시민은 “불탄 산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람만 불어도 무섭다”며 “작년 산불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민둥산은 오히려 불에 탈 것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 피해를 입지 않은 곳에서 산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단축해야 효율적으로 조림 복구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