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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서 연 스노보드 황금시대… “日 에어매트 부럽다”

입력 | 2026-02-20 04:30:00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인프라 부족해 해외훈련장 전전
기술노출 우려… 훈련비용 부담도
日 에어매트 20개, 눈 없어도 훈련… 金 4개 등 메달 18개중 9개 차지



후카다 마리(일본)가 1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후카다는 이날 87.83점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리비뇨=신화 뉴시스


이탈리아 리비뇨의 하늘은 유난히 일본에 관대했다. 일본은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종목(빅에어,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메달 18개 중 절반인 9개를 가져갔다. 그중 4개는 금빛이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 남녀 빅에어를 모두 석권했고, 남자 하프파이프와 여자 슬로프스타일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일본은 어떻게 스노보드를 이렇게 잘 타게 됐을까.

첫 번째 이유로는 기후를 꼽을 수 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동해를 건너면서 수분을 머금는다. 그리고 일본 땅에 도착해 폭설을 뿌린다. 이 때문에 일본에는 홋카이도를 비롯해 연평균 강설량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지역이 여럿 있다. 홋카이도 하면 영화 ‘러브레터’와 설원의 풍경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여기에 일찌감치부터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발달했다. 일본은 1970년대 미국에서 스케이트보드를 받아들인 뒤 ‘디테일’과 ‘반복’에 초점을 맞춰 독자적인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구축했다. 일본은 2021년 도쿄 여름올림픽 때 개최국 자격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까지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금메달 8개 중 5개를 일본 선수가 가져갔다.

일본 나가노현 오부세 마을에 있는 에어매트 훈련장. 사진 출처 오부세퀘스트 홈페이지

그러나 전 세계 스노보드 선수와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에어매트’로 대표되는 훈련 인프라다. 에어매트는 골격 구조물과 인조 슬로프, 부상 방지를 위한 착지 매트로 구성된 시설이다. 에어매트가 있으면 눈이 없어도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점프와 회전 등을 연습할 수 있다. 겨울올림픽 종목인 스노보드 선수가 1년 365일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 에어매트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빅에어 금메달을 따낸 기무라 기라(22)는 “우리는 겨울만이 아니라 여름에도 에어매트에서 연습한다. 에어매트 덕에 비시즌 동안 준비를 아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릭 바워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49)은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선전한 건) 전혀 놀랍지 않다”며 “일본에는 에어매트가 20개 있다. 이런 환경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면서 이번 올림픽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했다.

국내에는 이 같은 훈련 인프라가 부족해 한국 스노보드 선수들은 해외 훈련장을 전전하고 있다.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18)은 “국내에 하프파이프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시설이 완벽하지 않아 일본에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여자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18) 역시 ‘백사이드 1440(4회전)’ 연마를 목적으로 이번 대회 개막 전 중국으로 일주일간 에어매트 훈련을 다녀왔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관계자는 “국내에는 (에어매트가) 아예 없다. 훈련 비용은 둘째 문제다. 프리스타일 종목은 연기 내용을 심판에게 평가받는 종목이다. 그런데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곳이 해외밖에 없다면 대회를 앞두고 준비 중인 기술에 대한 전력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수철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감독(49)은 “에어매트가 있으면 선수들이 보다 과감하게 기술을 연습할 수 있고 완성도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주니어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한국 스노보드가 ‘리비뇨의 기적’을 넘어서려면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다만 에어매트는 설치에만 수십억 원이 들고 유지와 보수, 관리가 필요한 만큼 예산 확보와 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현실적인 과제로 남는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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