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부분 요양병원과 회복기 재활병원에선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병실 밖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일본 요나고에 있는 가이케 온천병원에서는 환자 이름이 적힌 지정석을 갖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반면 한국에선 환자 대부분이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병상 위에서 간이 식탁을 펴고 식사를 해결한다. 거동이 불편하고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 방식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 역시 환자를 부축해 식당까지 이동시키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 병원들이 환자를 굳이 휠체어에 태우거나 부축해 식당으로 나오게 하는 데는 명확한 의학적 이유가 있다. ‘환자의 빠른 회복’이라는 재활의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침상에 누워 수동적으로 받아먹는 식사와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식당까지 이동한 뒤 바른 자세로 앉아 먹는 식사는 회복 속도 면에서 천양지차다. 스스로 움직이려는 의지를 자극하고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재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자기 결정권과 활동성 유지’를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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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대한회복기재활학회 이사장)은 “입으로 음식을 직접 씹고 맛보는 동작 자체가 뇌에 강력한 자극을 전달하며, 이는 특히 뇌 손상 환자들의 신경가소성(자극과 경험, 학습 등을 통해 발생하는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을 촉진해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재활 의학계는 환자의 삼키는 능력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연하 검사’를 중시한다. 검사를 통해 환자의 삼킴 기능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확인되면, 즉시 콧줄을 제거하고 입으로 직접 식사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뇌 기능을 깨우는 핵심 치료법이다. 배뇨관(소변줄) 역시 마찬가지다. 소변줄을 오래 차고 있을수록 요로 감염과 염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는 환자의 전신 상태를 악화시켜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런 선진적 재활 원칙을 적용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생소했던 ‘회복기 재활병원’이 제도화되면서 3월이면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지정 병원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주요 대상은 뇌졸중 등 뇌 손상 환자, 척수 손상 환자, 대퇴골이나 골반 골절 후 치환술을 받은 근골격계 환자, 하지 절단 환자 등이다.
이들 병원은 환자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기능 회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에 맞춤형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재활 환자들은 입원 기간 제한 때문에 2, 3개월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이른바 ‘재활 난민’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회복기 재활병원이 확충되면서 환자들이 한곳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 가정으로 조기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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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중에게 ‘회복기 재활’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다. 재활 치료를 ‘병원 퇴원 후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인식 탓에 적기 치료를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다. 재활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훼손된 삶의 존엄을 되찾는 과정이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손을 잡아 식당으로, 그리고 다시 사회로 이끄는 한 걸음이 우리 노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