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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가사 노동은 삶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특히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는 물리적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상을 차리고, 다시 치우는 과정은 반복적이고 때로는 지루하다. 그러나 그 일은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의 ‘부엌 하녀’(1738년·사진)는 그런 노동의 순간을 포착한다. 그림 속 젊은 여인은 낮은 의자에 앉아 순무를 깎다 잠시 손을 멈췄다. 한 손에는 순무를,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든 채 먼 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바닥에는 채소와 냄비, 정육용 도마가 놓여 있다. 도마 위에 꽂힌 피 묻은 식칼은 평온해 보이는 부엌 풍경 속에 서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부엌이 사랑을 실현하는 장소이기 이전에 생명을 다루는 치열한 일터이자 고된 노동이 축적되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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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늘 그 자리에서 하루를 감당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식탁의 온기는 사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노동의 결과다. 차려진 음식은 기억되지만 준비한 손의 움직임은 쉽게 잊힌다. 샤르댕은 그 잊히는 순간을 붙잡아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노동을 우리는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