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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다정한 여정 연극 ‘노인의 꿈’-욕망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입력 | 2026-02-18 12:13:00


《한 번 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해 봐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완전히 다른 결의 방향으로 삶을 튼 이들을 그린 작품을 소개한다.》

●연극 ‘노인의 꿈’ 

오래된 미술 학원을 운영하는 봄희. 화가를 꿈꿨지만 자기 작품을 그리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인근에 대형 입시미술학원까지 들어섰다. 

어린이 대상 수업에서 입시미술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고민하던 어느 날, 발랄할 할머니 춘애가 학원 문을 두드린다. 자신의 영정사진 대신 쓸 자화상을 그리고 싶다며. 카메라 앞에서는 표정이 굳어버려 사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봄희는 어르신 대상 수업을 하는 문화센터를 소개하지만 말로는 춘애를 이길 수 없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는데….

중년과 노년에 접어든 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백원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연극으로 초연이다.

연극 ‘노인의 꿈’에서 봄희(하희라·왼쪽)와 춘애(김영옥)는 미술 수업을 하며 마음을 나눈다. 수컴퍼니 제공


가족 간 관계도 다층적으로 비춘다. 봄희는 늦은 나이에 채운을 만나 결혼했다. 채운에게는 사춘기 딸 꽃님이 있다.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낸 꽃님은 새엄마 봄희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갱년기를 겪는 봄희는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지는데다 꽃님과의 어색한 관계에 어쩔 줄 모른다. 게다가 아버지 상길은 봄희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봄희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게 가부장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아빠 때문에 평생 스트레스를 받고 속앓이를 했기 때문이라 여긴다.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연 없는 집이 없는 법. 극은 이런 현실을 세밀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가족일수록 속에 간직한 말을 하기 어렵다.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감정이 폭발하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매끄럽게 담아냈다.

연극 ‘노인의 꿈’에서 춘애(손숙·왼쪽)가 자화상 그리는 것을 가르쳐주는 봄희(이일화). 수컴퍼니 제공


연극 ‘노인의 꿈’에서 춘애(김용림·왼쪽)가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쳐주는 봄희(신은정). 수컴퍼니 제공


관록 있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춘애 역은 김영옥 김용림 손숙이 맡았다. 세 배우의 연기 경력은 도합 196년이다. 봄희는 하희라 이일화 신은정이 연기한다. 상길 역은 남경읍 박지일 김승욱, 채운 역은 강성진 이필모 윤희석이 각각 맡았다.  꽃님은 진지희 윤봄 최서윤이 연기한다. 어린 춘애·봄희·꽃님으로는 임로하 박채린 손지유가 무대에 선다.

객석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관객들이 많다. 크고 작은 웃음이 자주 터져 나온다. 극이 중반부를 넘어서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연장을 나오며 “우리 딸 덕에 좋은 시간 보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3월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U+스테이지.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대공황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던 1930년대 미국. 웨이트리스 보니와 가난에서 벗어나 악명 높은 영웅이 되고 싶은 클라이드는 서로에게 빠져든다. 

일자리를 잃는 건 순식간이고, 조금이라도 돈을 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나날들. 가슴이 이글거리는 청춘들은 그저 떠나고 싶다. 저 너머엔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할 것만 같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고급 차량을 훔치고 상점, 은행을 털며 도주를 이어간다. 탈옥도 빠질 수 없다. 대중은 멋지게 차려입고 점점 더 대담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커플에게 큰 호기심을 보인다. 신문에는 이들의 행보가 연일 대서특필된다.

실존 인물인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화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메마른 공기에 먼지만 풀풀 날리는 일상에 지친 보니와 클라이드가 돌파구를 찾아 일탈을 감행하는 과정을 짜릿하고 감각적으로 그렸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보니(옥주현·오른쪽)와 클라이드(조형균)는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지만 끝까지 함께 한다. 쇼노트 제공


201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재즈 블루스 등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음악이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국내에서는 2013, 2014년 공연됐고 이번에 새로운 무대로 돌아왔다. 김태형 연출가, 김문정 음악감독이 손을 잡았다. 
범죄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보니와 클라이드는 갈등에 빠진다. 가족의 간청도 외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저 직진할 뿐.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보니(이봄소리·오른쪽)와 클라이드(윤현민)는 죽음이 다가오자 삶을 돌아본다. 쇼노트 제공


배우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짧지만 강렬한 자취를 남긴 보니와 클라이드를 설득력 있게 소화한다. 클라이드 역은 조형균 윤현민 배나라, 보니 역은 옥주현 이봄소리 홍금비가 각각 맡았다. 클라이드의 형 벅은 김찬호 조성윤이 연기한다. 벅의 아내 블랜치 역에는 배수정 윤지인이 발탁됐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보니(홍금비·오른쪽)와 클라이드(배나라)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대담한 일탈에 나선다. 쇼노트 제공


텍사스, 오클라호마, 미주리 등 여러 주를 넘나들던 보니와 클라이드는 1934년 루이지애나에서 경찰에게 사살되면서 거침없는 질주의 마침표를 찍는다. 강렬하게 끝나는 절정의 순간이 이들의 삶과 퍽 닮았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장례식에는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로 만들어졌고(국내 개봉 영화 제목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투팍, 에미넴, 비욘세 등 유명 가수들의 곡에도 인용됐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4세 이상 관람 가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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