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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베놈·탈춤…스켈레톤 헬멧 보면 선수가 보인다

입력 | 2026-02-12 04:30:00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눈길 끄는 각양각색 헬멧 디자인
김지수 “탈춤-한글 넣어 한국 표현”
‘더피’ 홍수정 “한국의 미 알렸으면”
IOC “추모금지”… 우크라 선수 “불복”




‘아이언맨’ 헬멧을 쓴 윤성빈(32·은퇴)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해 슈퍼 히어로처럼 트랙 위를 질주했다. 윤성빈은 압도적인 주행 능력을 앞세워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 하면 아이언맨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만큼 스켈레톤에서 헬멧은 보호 장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엎드린 자세로 트랙을 내려오는 스켈레톤에서 관중들의 시선은 헬멧을 쓴 선수의 머리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헬멧 선정에 신경을 많이 쓴다.



12일 남자 스켈레톤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켈레톤에서도 각양각색의 헬멧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본 경기에 앞서 실시된 연습 주행 때 오스틴 플로리언(32·미국)은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베놈’을 연상케 하는 헬멧을 착용했다. 킴 메일레만스(30·벨기에)는 흰 사자를 헬멧에 그렸고, 재러드 파이어스톤(36·이스라엘)은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새겼다.

한국 선수들의 독창적인 헬멧은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자 스켈레톤에 출전하는 홍수정(25)의 헬멧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더피’를 닮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홍수정은 “호작도(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그림)를 활용해 호랑이를 표현했다. ‘한국의 미’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수(32)는 탈춤과 한글을 헬멧에 그려 넣었다. 2022년 베이징 대회 때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북선 헬멧’을 사용하지 못했던 정승기(27)는 거북선의 ‘용머리’를 헬멧에 그리고 출전할 예정이다.

한국선수 헬멧 찾아보세요 스켈레톤 선수들은 개성 넘치는 헬멧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위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스켈레톤 선수들의 헬멧 사진들이다. 이 중 어떤 게 한국 선수의 헬멧 사진일까. 정답은 호랑이가 그려진 2번(홍수정)과 거북선 용머리가 담긴 4번(정승기), 탈춤이 그려진 5번(김지수)이다. 이 외 헬멧 주인공들은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우크라이나·1번), 발렌티나 마르갈리오(이탈리아·3번), 오스틴 플로리언(미국·6번), 켈리 델카(푸에르토리코·7번), 린친웨이(중국·8번), 니컬러스 티밍스(호주·9번)다. 코르티나담페초=AP 뉴시스


정승기와 김지수는 12일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스켈레톤 1, 2차 주행에 출전한다. 2024년 10월 훈련 중 허리를 크게 다쳐 하반신 마비 위기를 겪기도 했던 정승기는 2025∼2026시즌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알렸다. 정승기는 “준비한 것을 후회 없이 다 쏟아내고 싶다”고 했다.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베테랑’ 김지수는 “좋은 결과를 내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열리는 여자부 예선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르는 홍수정은 “실수를 최소화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규정상의 이유로 원하는 헬멧을 쓰지 못하게 된 선수들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윤성빈은 2022년 베이징 대회 때 올림픽과 관련 없는 상표나 로고의 노출을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아이언맨’ 헬멧을 쓰지 못했다. 검정 헬멧을 쓰고 출전한 그는 25명 중 12위에 머물렀다. 윤성빈은 “쓰던 것을 못 쓴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올림픽에선 우크라이나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의 헬멧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IOC로부터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 24명의 이미지를 새긴 헬멧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헤라스케비치는 11일 “나는 희생자들이 나와 함께 있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훈련은 물론 경기 날에도 이 헬멧을 쓰겠다”며 IOC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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