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유승은, 스노보드 빅에어 한국 첫 銅 “다칠라” 아빠도 말린 아찔한 기술… 복사뼈 골절-손목 철심 박고도 연습 에어매트서도 못하다 실전서 성공… “엄마 아빠한테 짜증 많이 내 미안”
유승은이 10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1440도 회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리비뇨=AP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예선이 열린 8일(현지 시간) 저녁. 올림픽 데뷔전을 치르는 막내딸 유승은(18)을 응원하려고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까지 날아온 어머니 이희정 씨(47)는 수백 m는 떨어진 거리에서도 점프대에서 도약한 딸을 한눈에 알아봤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어떻게 딸을 알아보냐’고 묻자 이 씨는 “승은이만 보드가 옛날 거거든요”라며 웃었다. 대부분의 스노보더는 기능 차이가 크게 없더라도 신제품을 선호한다. 빅에어 같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선수들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일명 ‘폼생폼사’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 프리스타일 선수들이 ‘쫄쫄이’ 대신 펑퍼짐한 ‘힙합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쫄쫄이 유니폼을 입으면 공기저항을 줄여 비거리와 회전수를 늘릴 수 있지만 ‘스타일’이 구겨지는 건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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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승은은 이번 대회 공식 연습 기간에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기술을 실전에서 성공시키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차지했다. 이 기술을 성공한 순간 유승은은 보드를 내팽개치며 끓어오르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고생했어 딸” “감사해요 엄마” 10일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딴 유승은이 리비뇨 선수촌 숙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어머니 이희정 씨(왼쪽)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희정 씨 제공
유승은의 깜짝 동메달은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 어머니 이 씨는 유승은이 다닐 재수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유승은은 2024년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 데뷔전에서 예선을 1위로 마쳤다. 그러나 결선에서 복사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1년 넘게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설상 훈련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손목이 부러졌다.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유승은이 먼저 이 씨에게 “운동 그만하고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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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은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에서 포상금 1억 원도 받는다. 앞서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상겸(37)에게는 포상금 2억 원이 돌아간다. 유승은이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따면 3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리비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