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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셨어.”
―장항준 ‘왕과 사는 남자’
잘못된 정치는 후대에 어떤 비극을 불러올까. 폐위돼 청령포에 유배된 후 끝내 사사된 단종은 아마도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부왕이 일찍 승하해 겨우 열 살에 보위에 올랐지만 즉위 1년 만에 숙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잃었고, 결국 유배돼 고작 16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비극의 청춘이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과 그 마지막을 함께했던 엄흥도의 일화를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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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을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근본 아니던가. 백성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으로 배 채운 수양대군을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왕으로 여기질 않는다. 세조를 수양대군으로 부르고, 노산군을 대신 단종으로 부르는 건 그래서다. 이 영화는 누가 진정한 시대의 어른인가를 묻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종을 사사한 뒤 시신을 강물에 버리고 수습하는 자는 삼대를 멸한다고 엄포를 내렸던 수양대군과, 그럼에도 끝내 시신을 수습해 훗날 충의의 상징이 된 엄흥도. 누가 진정한 어른일까. 어른들의 권력 투쟁에 죽음으로 내몰린 단종의 이야기가 그저 옛이야기처럼 보이질 않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