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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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0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대해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의대 증원 규모가 의사인력 부족 추계치보다 축소된 데 대해 “교육여건 논리에 좌우된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의사단체는 너무 많다고, 환자단체는 너무 적다고 정부의 계획을 비판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연 뒤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기존보다 490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2028, 2029학년도에는 각각 613명씩 늘리고, 2030, 2031학년도에는 기존 의대 증원분 613명에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증원분 200명이 더해져 813명씩 늘어나게 된다.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1학년도까지 정원을 연 평균 668명씩 늘리는 셈이다. 이는 2037년 의사부족 추계치의 약 75% 수준이다.
김 회장은 정부의 발표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현재 의대 교육환경은 붕괴 직전이다. 정부의 강행 처리는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7학년도 정원에 2025학년도 휴학생과 군 복귀생이 돌아오면 엄청난 수의 인원이 폭증하게 된다”며 “2025학년도 대규모 정원(증원)때와 맞먹는 충격이며 현장 교육 인프라는 감당 못하는 교육 불가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학 교육 평가원에서 강조한 교육 가능한 상한선 10%는 철저히 무시됐다”며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양산될 질 낮은 교육 환경, 그로 인해 배출될 의사들의 자질 논란과 의학 교육 붕괴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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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구색을 맞추는 자문단으로 이 거대한 교육 파동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라며 “탁상공론으로 일관하며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경고한다”고 했다. 또 의료인력 추계위원회를 전면 개편할 것도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재 추계위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다”며 “시간에 쫓겨 위원들조차 동의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는 위원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AI(인공지능) 기술과 인구 감소 속도를 반영해 추계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라”고 요구했다.
반대로 환자단체는 증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수급추계의 본질보다 교육여건 논리에 좌우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의대 정원 증원은 오로지 미래의 환자 수요와 객관적인 의사 수급 지표에 근거해 추진돼야 한다”며 “행정적 편의나 교육 현장의 일시적인 고충을 이유로 필요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수급추계위원회의 설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적기에 배출돼야 할 필수의료 인력의 공백으로 이어져 미래의 환자들이 다시 한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공백을 감내하도록 만드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연합회는 의대 정원 확대 이후 사후 관리를 위한 법제화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지방 의대에 배정된 인력이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유출되는 고질적인 왜곡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밝힌 ‘지방 수련 미준수 시 정원 회수’ 방침은 반드시 실효성 있는 법령 개정으로 구체화 돼야 한다”며 “지역의료 공백 해소라는 이번 증원의 본질적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준수 요건을 엄격히 지표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의대생의 양질 교육과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