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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앞두고 ‘미리 더 자라’?…잠도 저축이 될까 [건강팩트체크]

입력 | 2026-02-08 11:00:00

연구에선 “집중력 저하 완화 가능”…전문가 “장기 해결책은 규칙적 수면”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모습.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수면 시간을 늘려 두는 ‘수면 저축’ 전략이 단기적으로 수면 부족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밤샘 근무나 시험 기간을 앞두고 “미리 잠을 좀 더 자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정 기간 평소보다 더 오래 잠을 자 두는 이른바 ‘수면 저축(sleep banking)’ 전략이 이후 수면 부족 상황에서 집중력과 업무 능력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예상되기 전 며칠간 평소보다 더 오래 잠을 잔 사람들은 이후 수면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졸림과 집중력 저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저축은 앞으로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할 기간이 예상될 때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평소보다 잠을 더 자는 방식을 의미한다.

수면 저축 개념은 2009년 미국 월터리드 육군연구소 연구에서 처음 제시됐다. 연구진은 군인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하루 7시간, 다른 그룹은 10시간씩 잠을 자게 한 뒤 일주일 동안 모든 참가자의 수면 시간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했다. 이후 다시 정상 수면(하루 8시간)으로 돌아가 수행 능력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전에 수면 시간을 늘린 그룹은 수면이 부족한 기간 동안 주의력과 집중력 저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정상 수면으로 돌아간 뒤에도 인지 능력이 더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2023년 미국 마이애미의 한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야간 근무 시작 전 3일 동안 매일 약 90분씩 추가로 잠을 잔 의료진은 이후 2주간 이어진 야간 근무 기간 동안 업무 능력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수면 시간을 미리 늘리는 전략이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요트 선수들은 경기 전 잠을 더 자 두는 방식으로 수면 부족이 실수와 반응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있다. 프로 럭비 선수들이 3주 동안 하루 10시간 수면을 유지했을 때 신체 스트레스가 줄어들었고, 테니스 선수들은 하루 9시간 수면을 유지한 뒤 서브 정확도가 향상됐다. 농구 선수 역시 수면 시간을 늘린 뒤 슈팅 정확도와 스프린트 속도가 좋아지는 변화가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수면 중 뇌와 몸이 회복되면서 노폐물이 제거되고 기억 정리와 에너지 보충이 이뤄지는 점이 이러한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은 하루 7~9시간이며, 수면 부족이 오래 지속되면 집중력 저하와 인지 기능 둔화 같은 문제가 누적될 수 있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아침 알람을 끄는 모습.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중력과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수면은 ‘돼지저금통’일까, ‘신용카드’일까

다만 수면을 실제로 ‘저축’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연구자들은 수면 시간을 늘렸을 때 나타나는 수행 능력 개선이 미래를 위해 저장된 효과라기보다 기존 수면 부족을 보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인 엘리자베스 클러먼 교수는 더 많은 수면 시간을 제공했음에도 실제 수면 시간이 늘어나지 않았던 실험 사례들을 근거로 “수면 저축이 가능하려면 사람이 피곤하지 않을 때도 더 오래 잠을 잘 수 있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수면은 저금통이 아니라 신용카드에 가깝다. 수면 부족이라는 빚은 쌓일 수 있지만 여분의 잠을 미리 적립해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수면 저축’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이전에 충분히 잤으니 지금은 덜 자도 된다”는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면 부족 상태는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일정이 예정돼 있다면 1~2주 전부터 하루 30~60분 정도 수면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는 보조 전략일 뿐,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을 유지하고 충분한 양과 질의 수면을 확보하는 생활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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