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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내게 그러했듯, 밀라노도 특별할 거예요”

입력 | 2026-02-06 04:30:00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伊 ‘쇼트트랙 영웅’ 폰타나가 한국에 보내온 ‘웰컴 투 밀라노’
평창에서 인생 첫 올림픽 금메달… 한국분들의 박수, 잊지 못할 기억
최민정과 펼칠 또 한번의 레이스… 벌써부터 기대되고 흥분돼
고유의 리듬과 살아있는 스타일… 쇼트트랙과 밀라노는 닮았죠




《이탈리아 쇼트트랙 선수 아리아나 폰타나(36·사진)는 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이 개인 여섯 번째 올림픽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올림픽에 데뷔했으니 20년 만에 다시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
폰타나는 직전 2022 베이징 대회까지 5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포함해 11개의 메달을 획득한 이탈리아의 올림픽 영웅이다.
이 종목 최다 메달 기록도 그가 갖고 있다.
매 대회 한국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 그는 2018 평창 대회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땄다.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그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을 맞아 본보에 편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동아일보를 포함한 한국 독자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네요.

20년 전인 2006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올림픽은 돌아보면 전생(前生)인 것 같아요. 여섯 번째 올림픽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이번 올림픽은 자부심을 가지고 온전히 매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이번 올림픽은 제게 정말 특별한 대회예요. 내 나라, 더구나 어려서 자란 곳(베르벤노 디 발텔리나)과 정말 가까운 곳에서 열리거든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딱히 비결이랄 건 없어요. 호기심, 적응력, 그리고 쇼트트랙에 대한 사랑, 이런 게 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쇼트트랙은 늘 변화하거든요. 규칙도 자주 바뀌고 기술, 경쟁하는 선수들, 레이스 전략도 수시로 바꿔야 해요. 그래서 저도 경험에만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려 노력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있죠. 대신 어렸을 때보다 훨씬 차분하고 인내심이 생긴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속에서도 평창 올림픽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올림픽 첫 금메달은 단순히 제 커리어를 바꾼 게 아니라 제 자신감까지 완전히 바꿔놨거든요. 포디움에 올라섰던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에요. 이탈리아 국가가 연주되는데 한국 관중분들이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어요. 존중받는다는 느낌이었어요. 열정적이고 종목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한국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셨던 그날은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일 거예요.

오륜기 조명… 밀라노 겨울올림픽이 시작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이 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건너편에 위치한 백화점 ‘라 리나센테 밀라노’ 외벽에 비친 오륜기 조명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 개회식에서 저는 이탈리아 국기를 들고 입장해요.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두 번째예요. 두 번이나 기수를 맡는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에요. 선수이자 동료로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았다는 증거잖아요.

개막식 동안에는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어요. 휴대전화도 꺼내지 않을 거예요.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관중분들의 얼굴 하나하나, 모든 순간을 다 빨아들이고 싶어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를 마친 아리아나 폰타나(왼쪽)와 최민정이 밝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경기에서 (최)민정이와 함께 경쟁하는 건 자연스럽다 못해 익숙할 정도예요. 서로 존중하며 이기고, 또 지면서 성장했어요.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 때 경쟁했던 민정이와 다시 레이스를 펼칠 생각에 벌써 설레요. 존경하는 상대와 경기를 할 때 저도 최상의 경기력이 나오거든요. 우리는 늘 서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여요. 그게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고요.

민정이랑 한국 선수들이 이탈리아에 있는 피자집에 갔다가 저를 친구라고 소개했더니 주인이 공짜 피자를 서비스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스포츠가 얼마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선수들이 밀라노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니 너무 기쁘네요.

한국 선수들과 한국분들이 이탈리아에 오는 건 언제든 ‘환영’이에요. 훈련 열심히 하시고, 멋진 산에서 하이킹도 즐기고, 맛있는 음식들도 놓치지 마세요. 그것도 다 ‘리커버리(회복)’의 일부랍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밀라노에서 꼭 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밤에 밀라노 도심을 천천히 걸어보는 걸 추천해요. 쫓기는 일정 없는 날을 골라서 느긋하게요. 피자 한 조각과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돼요. 밀라노와 쇼트트랙은 닮은 점이 많아요.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에요. 고유의 리듬과 밸런스, 스타일이 살아 있거든요!



정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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