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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합당 반대’ 김민석 총리, 당무개입도 내로남불인가

입력 | 2026-02-07 10:00:00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상상해 보시라. 만일 지금 국민의힘이 거대여당인데(죄송. 잠깐 참으시길), 국무총리가 친여 소수당과의 ‘합당 반대’(또는 합당)를 주장한다면? 더구나 그 총리는 “당 대표가 로망”이란 정치인이라면? 여야 공히 “총리가 당무개입 했다”고 난리 날 것이다. 

실제로 12·3 친위쿠데타로 파면당한 전 대통령 윤석열은 재임 때 당무개입 한다고 욕 많이 먹었다(나도 했다, 비판). 취임 전에 당무개입 않겠다고 미리 밝혔기에 더 비판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김민석 총리가 사실상 반대를 밝혔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범여권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정을 운영하는 데 덜 플러스 되는 상황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총리의 이런 당무개입은 없었다    

2019년 12월 23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인터뷰.

물론 기자가 질문해서 답한 것일 수 있다(현안 질문을 안 하면 기자도 아니다). 그래도 총리는 두리뭉술 빠져나갔어야 했다.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공직자로서 뭐라고 답하긴 적절치 않다는 식으로 말이다. 문재인 정권 때 이낙연 총리가 그랬다. 

2019년 말 총리 퇴임을 앞두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이듬해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돌연 말을 아꼈다. “당의 생각을 알기도 전에 내 의사를 내비친다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것 같다”는 거다. 그 무렵 한국갤럽 조사 결과 장래 대통령감 1위가 이낙연이었다(26%·다음 순위는 황교안 이재명). 당무개입 따위 않고도 이낙연은 2000년 총선에서 황교안을 꺾었고,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뽑혔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개혁파로 유명했던 법무부 장관 천정배도 다르지 않다. 2005년 “내년 지선 이후 당에 복귀한다는 관측이 있다”는 기자에게 그는 “법무부 일을 하는 한, 정치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있다”며 “당 문제에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당명 변경불가” 문자 보낸 국무위원 누구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관련 내용이 담긴 스마트폰 메시지. 채널A 캡처

공교롭게도 지난달 말 국회에선 한 국무위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스마트폰 메시지가 노출됐다.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불가/ 나눠먹기 불가.”

어이없게도 야당 아닌 여당이 뒤집혔다. 친청(친정청래) 쪽에선 “국무위원의 당무개입은 문제”라며 총리 주도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일 수도 있다고 했다. 국힘이 야당 구실 못하는 현재, 아직까지 조사에 착수했다는 말은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메시지 작성자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민석은 명쾌히 답했다. “제가 쓴 거 아닙니다. 그럼 됐죠?”

공교롭게도 같은 자리에서 그는 합당을 한대도 당명 변경엔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조국민주당(조민당)이나 민주조국당(민조당)으로 개명되는 건 나도 반대다(당명에 제 이름 넣는 유치한 정치인은 싫다). 더 끔찍한 건 나이 먹어도 변치 않는 좌파의 내로남불이다. 국힘 대통령의 당무개입은 비난했으면서 자기 당 총리의 당무개입에 대충 넘어가는 건 불공평하고 부당하다. 야당이 지리멸렬해 문제를 안 삼는대도 그렇지, 시퍼렇게 지켜보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태도 같다.  

● ‘장래 대통령감 1위 조국’에 충격 먹었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똑똑한 김민석이 공직자의 정치 중립 의무를 모를리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이슈를 한참 말한 그는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치미를 떼더니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선 돌연 ‘군기반장’을 자처했다. 아침에 눈 떠보니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합당)과정과 절차가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다”며 정청래 대표까지 직격하는 당무개입을 자행했을까. 

작년 12월 초 한국갤럽의 장래 대통령감 조사에서 김민석(7%)은 조국(8%)에 이어 2위로 꼽혔다(유권자 1000명 자유응답). 한동훈 장동혁이 각각 4%, 이준석 정청래는 각각 3%였다. 

이 정도면 김민석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반대한 이유가 짐작되지 않는가. 당 대표 로망이 문제가 아니다. 별의 순간이 눈 앞에서 번쩍이는 모양이다. 물론 내막은 좀더 복잡할 터다. 이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그가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돼야 2028년 총선 때 친명공천이 가능해진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이 되든 안 되든, 이 대통령의 편안한 퇴임(또는 연임)과 자신의 빛나는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유시민 말마따나 조국이 합당해 밀고 들어오면, 당내 역학관계는 달라진다. 친명이 친문에 밀리고, 당심도 마라맛 김어준 유튜브에 중독돼 변질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당무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 ‘후단협’의 멍에, 차도살인으로 이용 됐나  

2002년 5월 29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민석 총리(오른쪽)이 명동 유세 중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후보 사퇴와 정몽준 후보로의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후단협’에 이름을 올렸다. 동아일보 DB

그럼에도 명색이 총리인 김민석이 제 욕심만으로 뛰어들었을 것 같진 않다. 전임 정권에선 성질 급한 윤석열이 직접 나서거나 대통령실이 당무개입 했지만 이 대통령은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적을 침)의 달인 아니던가.

당 대표는 ‘당 대포’라 말을 안 듣고, 조국은 너무 잘 나서 말이 안 통한다. 김어준식 어법에 따른다면, ‘후단협’의 멍에를 짊어진 김민석이 충성스럽게 나설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가 안 되는 건, 김민석이 의원 겸직 (장관도 아닌) 총리여서다. 이재명 정부는 국무위원 19명 중 현직 의원을 7명(36.8%)이나 기용한 거의 내각제 정부다. 겸직 장관 비중이 1기 김대중(DJ 47.!%) 내각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때는 내각제를 약속한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이었지만 이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권 1기(27.8%)에 비해서도 유독 겸직이 많다.

● 의원 겸직 국무위원, 권력분립 원리 反한다 

국회의 배지. 동아일보 DB

겸직 장관은 혈세에서 받는 월급을 장관 봉급으로 받는다. 의원 세비보다 많기 때문이다(총리 연봉 2억1069만 원, 장관급 1억5493만 원). 이게 다가 아니다. 의원실 보좌진 9명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는 국회 예산으로(즉, 혈세로) 고스란히 지급된다. 

그들에게 국무위원직은 임시직이고, 금배지는 4년 정규직이다. 민간인 눈에는 장관이 어마어마한 벼슬이지만 그들에겐 금배지가 제일 좋고, 겸직은 그보다 좋고, 장관은 그 둘보다 별로란다. 과거 정권에선 그래도 현역 의원 장관들은 인사청문회 통과도 수월하고, 야당 설득 도 잘해 국회 협조 잘 받아낸다는 소리를 들었다. 야당 우습게 아는 이번 정부에선 그것도 없다. 혈세로 당신들 봉급 주고 의원실까지 유지해주는 국민으로선 원통절통할 판이다.   

대체 이 정부에선 의원 겸직 국무위원이 왜 그리 많은 건가. 이 대통령으로선 손해 볼 것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 중 충성스럽거나 유능한 인사를 ‘간택’함으로써  대통령 권한은 강화되고 국회가 행정부에 종속되면서 권력분립 원리를 위배한다는 논문까지 나와 있다(최선 2019년 ‘한국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제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 김민석의 이번 당무개입은 의원 겸직 총리로서, 대통령 의중을 반영하는 아바타로서, 후단협 뺨치는 흑역사로 남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미국 프랑스는 의원-국무위원 겸직 안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와 국무위원들. 워싱턴=AP 뉴시스

그래서 대체로 대통령제 국가에선 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않는다. 미국은 헌법에 명시했다. 멕시코,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이원정부제 국가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포르투갈도 의원은 국무위원을 겸직 못한다(국무위원 임명되면 임기 마칠 때까지 의원직 정지).  

우리나라도 대통령제 개헌인 제3공화국 헌법에선 의원의 국무총리,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했다(5·16 쿠데타 직후인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든 헌법이다). 그랬다가 1969년 대통령 박정희가 3선 개헌하면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허용을 끼워넣었다. 당근 아니었나 싶다.

지금의 국힘도 제 정신인 적이 있었다. 새누리당이란 이름으로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대선 승리 뒤 입 싹 씻고 말았지만.  

● 차라리 총리 내놓고 당에 돌아가시라

지난해 7월 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김 총리가 민주당 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동아일보 DB

국힘이 당장은 정신 못차리고 있으나 민주당도 벌써 정신 놓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언제는 야당이 잘해서 정권교체 성공했던가. 이 대통령도 작년 5월 후보 때 “정치는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자빠지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 했다.

여당 실수로 야당이 사는 법이다(그래서 정치는 자꾸 나빠지고 국민은 불행해진다). 기업 팔 비틀어 생리대값 내리기 보다는, 겸직 장관 포함 의원들 특권 줄이기가 더 시급하다. 당신들한테 너그러울 만큼 우리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의원 겸직 총리 김민석은 하루빨리 당에 복귀하기 바란다. 그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고, 나는 혈세가 아깝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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