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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무부 “자사주 소각 땐 경영권 방어 수단 필요”… 이게 맞다

입력 | 2026-02-05 23:27:00


법무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 중인 국회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체 수단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법무부가 보기에도 여당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법안은 기업들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일반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해외 투기 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낼 마지막 수단마저 잃게 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다. 법무부도 의견서에서 “현행 회사법 체계상 자사주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현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국가 핵심 산업 관련 우량 기업을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적대적 M&A 위협 등이 닥쳤을 때 자사주를 ‘백기사’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을 썼다. 2003년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던 SK와, 2015년 엘리엇과 의결권 확보전을 펼친 삼성이 이런 방법으로 외부 공격을 버텨냈다. 경영권 위협에 더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자사주를 많이 갖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상장사 1788곳 중 중견기업이 45%, 중소기업이 44%였다.

법무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경영권 방어 수단들은 재계에서 이전부터 요구해 온 것들이다.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외부 위협이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지분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지배주주에게 주당 의결권을 더 주는 ‘차등의결권’ 등으로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일본은 일정 비율 이상 지분 취득 시 나머지 주식도 사야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로 외부 투기 세력의 공격을 막도록 하고 있다.

여당의 상법 개정은 일반 주주들의 권익 보호가 목적인데, 결과적으로는 한국 기업을 노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3차 개정안마저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으로선 이런 위협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는 만큼 여당은 법무부 의견을 반드시 수용하는 게 맞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들이 충분한 안전장치를 확보한 뒤 논의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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