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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꼬아야 진짜 꽈배기… 형식이 맛의 완성도 높인다[이용재의 식사의 窓]

입력 | 2026-02-05 23:06:00


이용재 음식평론가

낯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반가운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밀가루 반죽 튀기는 냄새, 꽈배기였다. 참새는 풀방구리를 그냥 지나칠 수 있을지 몰라도, 음식평론가라면 꽈배기집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미국 만화의 캐릭터처럼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는데 진열장을 보고 바로 실망했다. 중간에서 단 한 번만 접어 리본 모양으로 흉내만 낸 꽈배기였다.

‘아니야, 나의 꽈배기는 이렇지 않다고!’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 가게에서 멀어졌고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몸을 실었다. 꽈배기집 간판이 점처럼 작아질 때까지 생각했다. 제대로 꼬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꽈배기 행세를 하다니, 참으로 혼탁한 세상이다. 물론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꼬나 꼬지 않으나 똑같은 밀가루 반죽 아닙니까? 그저 모양의 차이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같은 밀가루 반죽이라도 잡는 모양에 따라 다른 음식이 되므로 꼬지 않은 걸 꽈배기라 부를 수 없다. 나는 ‘스크류바’(1985년 출시)를 먹고 자랐다. ‘낄낄 꼬였네 들쑥날쑥해’라는 김도향의 CM송 가사로 꽈배기의 미학을 여실하게 배워 꼰 것과 꼬지 않은 것의 구분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 제빵의 세계에서는 제대로 갖춘 모양새가 맛을 포함한 완성도의 척도다. 밀가루에 물을 더해 반죽하면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형성돼 빵의 쫄깃함을 책임진다. 사슬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탄성을 불어넣는 원리다 보니 성형에 방해가 된다. 글루텐이 저항해 반죽의 모양을 잡기도 쉽지 않고, 잡은 모양도 흐트러질 수 있다. 꽈배기라면 잘 꼬이지도 않고 꼬아도 풀어지는 것이다.

이런 글루텐의 저항을 막으려면 반죽을 잘 달래줘야 한다. 빵 반죽의 발효 공정은 효모를 더해 전체를 부풀리며 맛을 들이는 1차와 빵 한 개 분량으로 소분해 모양을 잡아 덩치를 키우는 2차로 나뉜다. 1차에서 2차 발효로 넘어갈 때 반죽을 잘 휴식시켜야 일시적으로 글루텐의 힘이 빠지면서 꽈배기의 모양을 저항 없이 잡아줄 수 있다.

휴식을 잘 시켜 반죽의 모양을 잡으면 빵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일단 맺힌 구석 하나 없이 매끄럽게 잘생긴 데다 베어 물면 살짝 저항하면서도 크게 무리 없이 씹힌다. 하지만 제대로 꼬지 않은 꽈배기라면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이 과정을 얼버무렸을 가능성이 높고 완성도도 떨어진다. 충분히 부풀지 않은 가운데 표면은 쭈글쭈글하며 뻣뻣하고 질기다.

프랑스의 대표 빵인 바게트는 특유의 가늘고 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다. 같은 반죽이라도 반구형으로 빚으면 ‘불르(boule)’, 밀 이삭 모양이면 ‘에피(epi)’라 일컫는다. 비단 모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열에 노출되는 부분과 비율이 바뀌어 빵의 맛도 사뭇 다채로워진다. 이런 즐거움을 빚어내고자 제빵사는 지금껏 설명한 발효와 휴식 등의 공정에 만전을 기한다.

그깟 꽈배기 꼬는 게 뭔 대수냐 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형식은 그저 형식에서 그치지 않는다. 꽈배기를 제대로 꼬려면 반죽을 잘 어르고 달래야 하고, 이 공정이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형식의 준수가 결과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비단 제빵, 음식에서만 비일비재한 현실은 아니리라.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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