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
‘아니야, 나의 꽈배기는 이렇지 않다고!’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 가게에서 멀어졌고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몸을 실었다. 꽈배기집 간판이 점처럼 작아질 때까지 생각했다. 제대로 꼬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꽈배기 행세를 하다니, 참으로 혼탁한 세상이다. 물론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꼬나 꼬지 않으나 똑같은 밀가루 반죽 아닙니까? 그저 모양의 차이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같은 밀가루 반죽이라도 잡는 모양에 따라 다른 음식이 되므로 꼬지 않은 걸 꽈배기라 부를 수 없다. 나는 ‘스크류바’(1985년 출시)를 먹고 자랐다. ‘낄낄 꼬였네 들쑥날쑥해’라는 김도향의 CM송 가사로 꽈배기의 미학을 여실하게 배워 꼰 것과 꼬지 않은 것의 구분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광고 로드중
이런 글루텐의 저항을 막으려면 반죽을 잘 달래줘야 한다. 빵 반죽의 발효 공정은 효모를 더해 전체를 부풀리며 맛을 들이는 1차와 빵 한 개 분량으로 소분해 모양을 잡아 덩치를 키우는 2차로 나뉜다. 1차에서 2차 발효로 넘어갈 때 반죽을 잘 휴식시켜야 일시적으로 글루텐의 힘이 빠지면서 꽈배기의 모양을 저항 없이 잡아줄 수 있다.
휴식을 잘 시켜 반죽의 모양을 잡으면 빵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일단 맺힌 구석 하나 없이 매끄럽게 잘생긴 데다 베어 물면 살짝 저항하면서도 크게 무리 없이 씹힌다. 하지만 제대로 꼬지 않은 꽈배기라면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이 과정을 얼버무렸을 가능성이 높고 완성도도 떨어진다. 충분히 부풀지 않은 가운데 표면은 쭈글쭈글하며 뻣뻣하고 질기다.
프랑스의 대표 빵인 바게트는 특유의 가늘고 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다. 같은 반죽이라도 반구형으로 빚으면 ‘불르(boule)’, 밀 이삭 모양이면 ‘에피(epi)’라 일컫는다. 비단 모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열에 노출되는 부분과 비율이 바뀌어 빵의 맛도 사뭇 다채로워진다. 이런 즐거움을 빚어내고자 제빵사는 지금껏 설명한 발효와 휴식 등의 공정에 만전을 기한다.
그깟 꽈배기 꼬는 게 뭔 대수냐 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형식은 그저 형식에서 그치지 않는다. 꽈배기를 제대로 꼬려면 반죽을 잘 어르고 달래야 하고, 이 공정이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형식의 준수가 결과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비단 제빵, 음식에서만 비일비재한 현실은 아니리라.
광고 로드중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