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 고창에서 열린 서울시니어스포럼에서 ‘노화 스펙트럼’을 주제로 강연한 김정수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가운데)와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대 제공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이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세한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데, 이를 증폭해 측정한 것이 뇌파(EEG)다. ‘디지털 뇌파 지도’는 뇌파를 측정한 뒤 신호가 어느 부위에서, 어떤 형태로,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디지털 데이터로 정리해 지도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뇌파는 개인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대신 인공지능(AI)이 수만∼수십만 명의 뇌파 데이터를 학습하면 뇌 노화 정도를 비롯해 우울, 수면 장애, 인지 기능 저하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상 신호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디지털 뇌파 지도는 질환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기술이 아니라 현재 뇌 상태와 향후 위험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프지 않게 나이 드는’ 웰에이징 기술의 핵심 도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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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의생명과학과 김정수 교수와 전자공학부 염홍기 교수가 공동으로 이끈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 유전 위험 예측 연구로 웨어러블 기반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를 선도해 온 연구자다. 염 교수는 서울대 뇌과학 박사 출신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AI 전문가다.
조선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뇌전증, 우울증, 치매 전조 단계의 인지 기능 저하, 수면 장애 등 4대 뇌 질환을 중심으로 한 표준 EEG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기반 예측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고밀도·웨어러블 EEG 장비와 전자기 차폐 환경을 갖춰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고, 일상 환경에서 측정한 뇌파 데이터까지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교내 AI 데이터센터에 집적돼 대규모 분석에 활용된다.
조선대는 데이터 축적, 원천 기술 개발, 사업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추진 구조를 통해 연구 성과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은 교원 창업 자회사를 통해 AI 진단 알고리즘과 뇌 건강 관리 솔루션 개발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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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 캠퍼스. 조선대 글로컬대학추진단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디지털 뇌 기능 표준 뇌파 빅데이터를 통한 뇌파지도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조선대 제공
김선중 조선대 글로컬대학추진단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대학 연구 성과가 지역 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라며 “대학의 인프라와 연구 역량을 집결해 뇌 웰에이징 분야의 글로벌 선두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