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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팔라” 한시 퇴로 열어주고 압박… 강남3구-용산엔 석달 줘

입력 | 2026-02-04 04:30:00

[다주택 중과세 최장 6개월 면제]
李 “정책기조 바뀔 일 없다” 쐐기… 윤호중 “중과유예는 尹정권 기념품”
2주택자 10억 차익땐 양도세 2.3배… 대출 묶여 현금부자外 매입 어려워
일각 “매물 늘어도 집값안정 미지수”… “정권따라 정책 변화에 혼란” 지적도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5월 9일 끝내면서도 잔금과 등기 접수를 마무리하는 데 최장 6개월을 더 준 건 다주택자들이 기한 내 매물을 최대한 많이 내놓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문제를 “망국적 투기”라며 강하게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에 매물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조치로 당장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생겨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이 대통령이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고,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시장에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를 열어놨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두고 20년 넘게 냉·온탕을 오가면서 과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근본적 불신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4년 도입됐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예됐고 2017년 부활해 2022년 유예되는 등 시장 상황과 정권 이념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李 “정책 수단 얼마든지 있어”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향후 임기 내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주택자들을 향해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쐐기를 박으며 주어진 시간 내에 집을 팔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중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안을 설명하면서 ‘아마’라는 단어를 쓰자 “아마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며 “오늘 국무회의를 기점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5월 9일은 지난 정부가 시작한 날”이라며 “5월 30일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소급해 5월 9일부터 적용한 것으로, 일종의 정권을 잡은 데 대한 기념품으로 다주택자한테 선물을 준 케이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일인 2022년 5월 10일 양도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적용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SNS에 15년간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집을 팔아 양도차익 10억 원을 얻은 다주택자는 현재 양도세를 2억6000만 원을 내면 되지만, 중과 조치가 부활하면 2주택자는 2.3배(5억9000만 원)로, 3주택자는 2.7배(6억8000만 원)로 늘어난다는 글을 올렸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장 계약을 체결해도 등기를 마치기까지 3, 4개월은 걸리는 만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이 촉박하다는 불만이 컸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등 경기 지역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점도 문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매매 허가를 받으면 4개월 내 해당 집에 직접 입주해야 한다. 전세 계약이 상당 기간 남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은 사실상 매매가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 후 3개월 내, 나머지 서울 지역과 경기 지역 12곳의 신규 조정대상지역에선 6개월 내 잔금과 등기 접수를 완료하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 매물 늘어도 ‘현금 부자’ 말곤 접근 어려워

부동산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보려는 급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이 같은 매물이 나오고 있다. 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선 전용면적 84m² 아파트가 애초 30억 원에서 8000만 원 내린 29억2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달 같은 평형대가 31억4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 원 넘게 낮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고민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5월 9일 전까지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가격이 떨어진 물건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3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850건으로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하기 전인 지난달 22일(5만6216건)보다 매물이 2.9% 늘었다. 송파구가 12.2%로 가장 많이 늘었고, 성동구(10.7%), 강남구(6.8%), 서초구(6.8%), 강동구(6%), 용산구(5.9%) 순이었다.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6.02.02 [서울=뉴시스]

다만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한강 벨트’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났지만 성북구(―7.1%), 금천구(―4.8%), 강북구(―4.5%), 구로구(―2.6%), 노원구(―1.5%) 등에선 오히려 줄었다. 강남권에선 매물이 늘어도 대출 한도가 최대 6억 원으로 묶여 ‘현금 부자’ 외엔 살 사람이 매우 제한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면제를 위한 매물이 늘어도 전체적인 서울 집값 하락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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