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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수용소 갓난아기, 칠순 넘어 부친 유해 만나

입력 | 2026-02-04 04:30:00

당시 제주서 행방불명됐던 7인
최근 유전자 감식 통해 신원 확인
70년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와



3일 오후 제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송승문 씨가 아버지 송태우 씨의 유해함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뉴시스


“아버지의 유해가 바다에 버려졌을 가능성을 생각해 해류 종착지인 대마도까지 가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1949년 제주4·3 귀순 주민 수용소에서 태어난 송승문 씨(76)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아들이 돌도 되기 전 끌려간 아버지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송 씨는 3일 비로소 아버지의 유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4·3평화재단은 이날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를 열고 희생자 7명의 신원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 외 형무소로 이송된 뒤 행방불명된 희생자 5명과 도내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2명이다.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3구(김사림·양달효·강두남),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 발굴 유해 2구(임태훈·송두선), 제주공항 발굴 유해 2구(송태우·강인경)다.

이들은 제주4·3사건이 한창이던 1948∼1950년 사이 군경에 연행된 뒤 행방이 끊겼다. 당시 군경은 체포한 주민들을 제주공항에서 즉결 처형하거나 대전·대구·광주 등 육지 형무소로 분산 이송했다. 육지로 옮겨진 이들 역시 6·25전쟁 발발 이후 대부분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씨의 아버지 송태우 씨(당시 17세)도 1949년 10월 트럭에 실려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아들이 태어난 지 채 넉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발굴 작업 과정에서 수습됐고, 최근에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송 씨는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두 아들과 손자들이 채혈하면서 결국 아버지를 찾게 됐다”며 “채혈과 유전자 감식에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임진옥 씨(77), 강수철 씨(52) 등이 유해가 된 부모, 조부모와 상봉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번 신원 확인은 경산 코발트 광산 발굴 유해 가운데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라며 “오랜 세월 이름 없이 잠들어야 했던 일곱 분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세월을 견뎌 온 유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올해도 실종자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채혈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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