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30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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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47개 혐의 중 2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나머지 45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47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었다.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처음이다.
재판부는 2015년 서울남부지법이 사학연금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공모해 이를 취소하도록 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 관여해 기각을 선고하도록 한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직권남용의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 이상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상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점이 인정돼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누구도 재판에 외압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패막이가 돼야 할 사법부 수장이 스스로 재판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재판부가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고 지적한 대목을 양 전 대법원장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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