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탈모는 생존 문제” 발언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란 재점화… 증상따라 건보 선별 지원 제안도 탈모 치료 ‘억제→모발 재생’ 진화 죽은 모낭 살려내는 법 찾아내면 다른 장기 등 재생의학 열쇠 기대
최근 학계에서는 탈모를 현대인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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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뤄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 문제”라고 발언한 이후 정치권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전성 탈모는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학계에 따르면 탈모를 바라보는 학계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탈모를 현대인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탈모 치료 연구가 세포나 조직, 장기를 대체 및 재생하려는 재생의학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 탈모는 ‘모낭’이라는 장기 손상의 결과
모발을 품는 모낭은 20여 종의 세포로 구성된 장기로 분류된다. 학계는 탈모를 ‘장기가 손상된 질병’으로 바라본다.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전 연세대 약학과 교수)는 “모낭은 혈관, 신경, 면역세포와 연결돼 외부 자극과 호르몬 신호에 반응하는 미니 장기”라며 “유전성 탈모 역시 모낭의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과민 반응하면서 모낭이 섬유화되고 염증이 누적되는 전형적인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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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내 건강보험 체계는 원형탈모 같은 급성 탈모에만 급여를 적용한다.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등 만성적인 유전성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돼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한국의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5명 중 1명꼴이다. 세계적으로도 10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탈모의 전면적 건보 적용을 둘러싸고 재정 부담 등 현실적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건보 재정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탈모가 정신건강에 끼친 악영향을 구분해 지원하는 ‘선별 복지’를 제안했다. ‘피부과 삶의 질 척도’를 도입해 탈모 환자별로 중증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접근이다. 김 교수는 “기능적 손상과 정신적 심각성을 토대로 일부 보험 적용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 건강 수호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는 선진 의료 복지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탈모 연구, ‘재생의학’ 새 돌파구 될까
탈모 연구는 최근 학계에서 재생의학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하는 데 주력했다면 현재 탈모 치료 연구는 빠진 모발을 다시 나게 하는 재생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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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탈모 정복이 미래 한국의 재생의학 기술을 이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모낭은 인체에서 평생 성장-퇴화-휴지-재성장 주기를 반복하는 유일한 재생 장기”라며 “모낭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은 피부, 신경, 나아가 다른 장기의 재생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재생의학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성 대표 역시 “탈모가 질환으로 인식되고 본격적으로 연구된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탈모에 관심이 많아 재생의학적 탈모 치료제 개발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parkd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