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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AI 시대, 개인 생산성 올랐는데 조직 성과는 그대로?

입력 | 2026-02-02 00:30:00

AI 시대, ‘생산성 미스터리’ 왜?
‘생산성 역설’ 넘어서려면 구조 재설계, 조직 최적화가 답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개인의 단위 시간당 산출량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정작 조직의 수익성이나 의사 결정 속도 같은 거시적 성과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개별 과업의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결과물을 검토하고 통합, 조율하는 데 드는 내부 ‘조정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업무의 병목 지점이 ‘작성’ 단계가 아니라 ‘검토’ 단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AI 시대, 개인의 생산성은 높아졌는데도 조직의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2호(433호)에 실린 ‘AI 도입과 조직 생산성의 역설’ 분석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 조직 생산성 발목 잡힌 이유

생성형 AI가 일상 업무에 깊숙이 스며든 지 3년이 지났지만, 많은 기업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보고서 작성과 분석, 기획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지만 신제품 출시 주기, 의사 결정 속도, 수익성 등 조직 차원의 성과 지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은 ‘슈퍼맨’처럼 일하는데 조직은 여전히 무겁게 움직이는 이 현상을 전문가들은 ‘AI 생산성 역설’이라 부른다. 이는 조직 구조 자체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핵심 원인은 ‘조정비용’이다. 개인의 작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결과물을 검토하고 통합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조직 차원의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다. 위계적 관료제, 다단계 승인 절차, 부서 간 장벽은 AI가 만들어낸 방대한 산출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새로운 병목을 만든다. 그 결과 조직은 이전보다 더 분주해졌지만,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 조정비용이 폭증하는 이유

AI는 기업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외부 전문가를 찾고 계약하는 데 상당한 거래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법률 검토와 번역, 분석, 코딩까지 AI가 조직 내부에서 즉각 수행한다. 문제는 생산과 생성의 비용은 급격히 낮아졌지만, 이를 검증하고 조율하는 내부 ‘조정비용’은 오히려 커졌다는 점이다.

이 조정비용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부서별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거나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아 발생하는 정보 탐색 비용이다. 둘째, AI 도입을 둘러싼 책임 회피와 과도한 신중함, 내부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의 비용’이다.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운영과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대표적이다. 셋째는 집행과 검증 비용이다. AI가 1분 만에 전략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도 이를 실행하기까지는 여전히 팀장, 본부장,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대면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 산출물을 기존 표준 양식이나 관행에 맞게 재가공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형식적 검증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인간 병목’ 현상이 AI 도입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

이 같은 병목 현상은 조직의 병목 지점이 검토 단계로 이동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과거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성 단계가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단계가 가장 큰 병목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AI 산출물에 대한 신뢰 부족이 기저에 깔려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겉보기에는 완성도가 높아 보여도 출처와 정확성,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인식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쉽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 특히 전통적인 조직의 리더들은 투입된 시간과 노력의 양이 결과물의 가치와 비례한다고 믿는 ‘노력 편향’을 갖고 있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 해법은 구조조정 아닌 구조 재설계

AI 시대의 생산성 혁신은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핵심은 필수적인 조정은 유지하되 관행과 중복, 책임 회피로 누적된 ‘낭비적 조정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순차적 보고 중심의 업무 방식을 AI 에이전트 기반의 병렬적 구조로 전환하고, 목표 중심의 소규모 팀 구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 개발, 디자인 등으로 나뉜 전통적인 기능 조직은 필연적으로 부서 간 장벽을 만든다. AI 시대의 최적화된 조직은 이러한 사일로를 허물고, 완결성을 갖춘 소규모 정예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예컨대 다국적 금융기업 ING는 조직 전반을 애자일 체계로 재편하고, 마케팅·개발·데이터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9명 내외의 소규모 팀에 특정 과제 해결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했다.

리더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는 구성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AI를 결합해 성과가 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시스템 설계자’다. 결과를 미시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어떤 일을 AI에 맡기고 어디에 인간의 판단을 남길지를 결정하는 구조적 사고가 중요해진다. 결국 AI 경쟁력의 차이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성과가 조직의 가치로 전환되는 통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에서 갈린다.

AI는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다. 앞으로 조직의 경쟁력은 그 생산이 병목에 막히지 않도록 구조를 재조정하는 데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어승수 LS Holdings 피플랩 리더 sseo@lsholdings.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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