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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수주전, 입찰 전 개별 홍보 안돼[박일규의 정비 이슈 분석]

입력 | 2026-01-30 00:30:00

서울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운영
강력 제재에도 ‘물밑 홍보전’ 치열
법원선 의결권 침해 여부로 판단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서울시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개별 홍보 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 홍보요원(OS)들이 개별 가구를 방문해 홍보 활동을 넘어 금품, 향응 제공을 하거나 타 건설사를 비방하는 등의 행위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은 건설사의 개별 홍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 하면 진다’는 마케팅 차원의 경쟁 심리에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이란 명분이 맞물리며 보이지 않는 물밑 수주전이 여전히 치열하다.

법리적으로만 보면 개별 홍보 금지 위반이 곧바로 시공자 선정 결의 무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원은 단순히 절차적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입찰을 무효로 돌리기보다, 그 행위가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침해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과거 판례를 보면, 수십 명의 홍보요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현금을 살포하거나 향응을 제공함으로써 선정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입찰을 무효로 본다. 반대로 단순한 안내 책자 전달이나 통상적 수준의 정보 제공에 그친 개별 접촉에 대해서는 무효 선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서울시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이런 법원 판단 이전에 지자체의 강력한 행정 지도를 통해 선제적으로 정비사업 수주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만 이런 강력한 제한이 생기며 “입찰공고가 나기 전 단계의 홍보 행위도 금지 대상인가”라는 논란도 함께 불러왔다. 국토부와 일선 인허가청은 입찰 절차 전이라도 시공자 선정을 앞둔 시점의 개별 홍보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공자 선정 단계라는 것은 단순히 입찰공고 이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자 선정을 준비하는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런 제한이 오히려 특정 건설사를 배제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마케팅이나 영업은 기업의 정당한 활동인데, 이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불만도 있다. 일부 법원 하급심 판단에서는 입찰 전 홍보 행위가 향후 확정될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해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적 흐름도 감지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음성화’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금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온라인 홍보 플랫폼 활성화나 조합 주관의 상설 홍보관 운영 등을 활용해 사전 정보 제공 창구를 양성화하면 오히려 규제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개별 조합원들이 실질적 사업 조건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법령과 기준이 아무리 촘촘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비사업 질서는 바로잡히기 어렵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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