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한글현판 추가 설치’ 보고에 “한국 상징” “한자도 우리 문화” 갈려 2010년 ‘한자’로 교체후 논쟁 반복 일각 “문화유산, 정치적 이용 경계를”
3층 누각 처마에 한자 현판 ‘光化門’이 걸린 현재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 현판은 2023년 설치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조선의 정문 vs 대한민국 정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기존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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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광화문에 현판을 추가하면 문화유산의 원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거세다. 한 대학의 사학과 교수는 “한글 현판은 유네스코도 강조하는 ‘원형 보존’ ‘진정성 추구’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명전과 석어당은 현판이 건물 안팎에 하나씩 달려 있고, 정면에 같은 이름의 다른 현판이 2개 이상 달린 사례는 북한 평양의 대동문뿐”이라고 했다. 밀양 영남루 역시 현판 좌우로 이를 수식하는 ‘강좌웅부(江左雄府)’와 ‘교남명루(嶠南名樓)’를 건 것이라 한글 현판 추가와는 맥락이 다르다는 것.
최 장관이 언급한 ‘중국 자금성’도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성의 일부 전각과 대문은 하나의 현판 안에 한자와 한족을 지배한 만주족의 만주문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우리에게 한자는 우리 문화의 일부”라며 “한글 현판은 지금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 달면 된다”고 했다.
● “문화유산, 정치적 이용 말아야”
지금의 한자 현판 교체에 물꼬를 튼 건 2005년 1월 유홍준 문화재청장(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당시 ‘원형 복원’을 내세웠지만,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8·15 광복절에 맞춰 조선 정조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현판으로 교체하려다 비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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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학전공 교수는 “광화문과 그 앞 공간이 지니는 상징적 무게가 현판 문제를 반복적으로 끌어올리며 오래 묵은 정치 갈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고고학자는 “한글이냐 한자냐는 순수히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문화유산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